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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큰’ 정재훈, ‘작은’ 정재훈

등록 2008-11-25 19:56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2007년 8월4일 잠실 엘지-두산전은 참 흥미로운 기록을 하나 만들어냈다. 승리투수 정재훈, 세이브투수 정재훈. 앞의 정재훈(28)은 성균관대를 졸업해 2003년 입단한 ‘정재훈’, 즉 지금 두산의 마무리투수로 활약중인 선수다. 세이브를 올린 정재훈(27)은 단국대 졸업 후 2006년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후자는 보통 선발이나 중간계투로 등판하곤 했는데, 이날 경기에선 입장이 바뀌었다. 2008 야구연감에 있는 이날의 박스스코어에는 두 정재훈에 대해 별도의 표시가 없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정재훈과 정재훈. 똑같은 한자를 쓰고, 우완 정통파라는 점도 같다. 배번도 40번, 41번으로 나란히 배정됐다. 나이 차이는 한 살. 때문에 팀내에선 먼저 입단한 정재훈을 ‘큰 정재훈’, 나중에 입단한 정재훈을 ’작은 정재훈’으로 불렸다.

같은 이름 때문에 적잖은 혼돈도 있었다. 구단으로 배달되는 우편물이 대표적인 예. 두산 박보현 매니저는 “한번은 예비군 훈련고지서가 와서 아무 생각없이 나이가 한살 많은 ‘큰 정재훈’에게 갖다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작은 정재훈’ 앞으로 왔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작은 정재훈’이 세이브를 올렸는데도, 예의 ‘큰 정재훈’인줄 알고 연속 세이브 기록으로 기사가 잘못 나간 일도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똑같이 12월의 신랑이 된다. ‘작은 정재훈’이 12월5일, ‘큰 정재훈’이 12월13일 결혼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년부터 두산엔 정재훈이 단 한 명뿐이다. ‘작은 정재훈’이 야구를 접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 때문이다. “야구는 너무 좋아하지만,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그는 말했다.

에스케이에도 같은 이름의 투수가 생겼다. 에스케이가 FA계약으로 엘지로 적을 옮긴 이진영 대신 보상선수로 좌완 이승호(32)를 지명했기 때문. 에스케이엔 이미 이승호(27)라는 이름을 가진 좌완투수가 있다. 한때 팀에이스였던 이들은 생애 두차례(2003년 7월1일·2004년 5월11일) 선발맞대결을 벌여 1승씩을 나눠가진 바 있다. 이승호 외에도 에스케이엔 외야수 김재현이 두명 있다.

같은 팀에, 같은 포지션인 선수가 같은 이름을 가진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미국에선 그냥 ‘정재훈’으로 불릴 ‘작은 정재훈’은 말했다. “똑같은 이름의 형이 잘하니까 나도 더 잘하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고. 엘지 출신 이승호 또한 “한국시리즈를 보니 (SK) 이승호가 참 좋아졌더라. 팀합류 뒤 한 수 배워야할 것 같다”고 했다. 선의의 경쟁자이면서, 서로에게 멘토가 되기도 하는 그들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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