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오(KBO)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2020 신한은행 SOL 미디어데이’ 행사를 3일 녹화 중계했다. KBO 제공
수많은 취재진, 감독 사이의 날 선 신경전은 보이지 않았다. 텅 빈 홀에는 탁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2020 신한은행 쏠(SOL) 케이비오(KBO)리그 개막을 앞둔 미디어데이 풍경이다. 화상으로 각 구단의 감독과 선수를 연결해 미디어데이를 진행한 것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초유의 일이다. 코로나19 때문이다.
3일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공개된 미디어데이 행사는 코로나19로 분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로 시작했다. 영상은 하루 앞선 2일 서울 서초구 ‘더 K호텔’에 마련한 특설 스튜디오에서 10개 구단 감독과 주장 등 20명을 연결해 사전 제작했다. 무대 뒤편 대형 화면 속에 등장한 각 구단 감독 및 주장은 ‘존경’의 의미를 뜻하는 수어를 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출사표를 밝히는 감독들의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가을 야구’에 대한 목표 의식은 뚜렷하게 읽을 수 있었다.
지난해 우승팀이자, 올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여러 가지 일로 개막이 늦어졌지만, 목표를 우승으로 삼아 팬 여러분께 즐거운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두산과 함께 양강으로 꼽히는 키움의 손혁 감독은 “요즘 어려운 시기인데 겨우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구장에서 멋진 경기를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케이티(KT)의 이강철 감독은 “첫 가을야구 진출을 케이티 팬들에게 선사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포부를 밝혔다.
출사표와 더불어 감독들은 5일 개막전 선발 투수를 공개했다. 대부분 외국인 투수였고, 국내파 선수는 기아 양현종, 엘지(LG) 차우찬, 삼성 백정현 3명뿐이었다. 모두 좌완투수다. 기아 주장 양현종은 국내 선수로선 유일하게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이외 선발은 외국인 용병이 꿰찼다. ‘어린이날 매치’로 엘지와 맞붙는 두산은 알칸타라를 선발로 예고했고, 에스케이(킹엄), 한화(서폴드), 케이티(데스파이네) 등 모두 외국인 선수가 선발을 맡는다.
롯데는 유일하게 선발 투수를 예고하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패널의 질문에 허문회 감독은 “애드리안 샘슨이 아버지 몸이 안 좋아 미국으로 출국했고, 댄 스트레일리는 몸이 안 좋다”며 “4일 저녁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연막 아니냐”는 질문에 허 감독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올 시즌에선 지난해보다 1명이 늘어 총 3명의 외국인 선수가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감독들은 타자를 포함한 외국인 전력 탐색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감독들은 눈여겨 봐야 할 외국인 선수로 두산 투수 플렉센(26), 기아 브룩스(30·투수)를 꼽았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여러 차례 탈삼진 1위를 기록한 케이티 이강철 감독은 “부룩스는 투구폼이 간략하고 볼의 움직이 심해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프로야구 시즌은 5일 오후 2시 전국 각 구단 구장에서 일제히 시작되며, 일단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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