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왼쪽에서 둘째). AFP 연합뉴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24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2022∼2023 미국프로농구(NBA)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새크라멘토 킹스와 안방 4차전을 126-125로 잡아내며 시리즈 균형을 2-2로 맞췄다. 1점 차 천신만고 승리의 주인공은 골든스테이트의 스테판 커리. 32득점을 올리고도 자칫 모든 것을 망친 ‘미스터 타임아웃’이 될 뻔했기 때문이다.
커리의 본헤드 플레이는 4쿼터 막판 터졌다. 커리와 클레이 톰프슨의 연속 3점포로 리드를 잡은 뒤 골든스테이트가 126-121로 앞선 상황. 종료까지 42.4초를 남기고 공격권까지 가진 상황에서 공을 잡고 있던 커리가 불현듯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골든스테이트는 남은 타임아웃이 없었고 커리는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새크라멘토는 자유투 기회와 함께 공격권마저 건네받았다.
새크라멘토의 가드 말릭 몽크가 자유투에 성공했다. 이어서 에이스 디애런 팍스가 27.7초를 남기고 26피트(7.9m) 거리에서 결정적 3점을 꽂으며 순식간에 경기는 125-126 1점 차가 됐다. 마지막 10.5초를 남기고 새크라멘토는 클러치 플레이에 돌입했다. 돌파를 시도하던 팍스가 더블팀 수비에 막혀 넘긴 패스가 해리슨 반스에게 넘어왔고, 그의 버저비터가 림에 튕겨 나오면서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팍스의 승부처 집중력도 놀라웠지만 새크라멘토에 몸소 역전 기회를 가져다 바친 것은 커리의 타임아웃 실수였다. 커리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플레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는 “공을 잡고 돌아서서 (상대 수비의) 트랩을 봤을 때 타임아웃 말고는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느꼈다. (타임아웃 뒤) 벤치를 보니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라고 했다.
커리의 착각은 직전 상황에서 비롯됐다. 경기 종료 2분14초를 남기고 골든스테이트의 케본 루니가 공격자 반칙을 범하자 스티브 커 감독이 판독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마지막 타임아웃이 소진됐다. 루니 역시 경기 뒤 “아무도 타임아웃이 얼마나 남았는지 몰랐다”라고 고백했다. 커 감독은 “타임아웃이 끝났다고 선수들에게 알렸어야 했다. 분명하게 말하지 않은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1993년 미시간대 시절의 크리스 웨버(오른쪽). AP 연합뉴스
엔비에이 규정을 보면 한 팀이 경기당 정규 시간 안에 사용할 수 있는 타임아웃은 7개다. 4쿼터에는 최대 4번까지 타임아웃을 요청할 수 있고 경기 종료 전 마지막 3분 동안은 2개까지만 가능하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 타임아웃은 감독의 전권이지만 엔비에이에서는 공을 잡고 있는 선수도 타임아웃을 부를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날 루니의 반칙을 확인하면서
7번째 타임아웃을 썼다.
타임아웃으로 경기 향방을 미궁에 빠뜨렸던 가장 유명한 사례는 전 새크라멘토 선수인
크리스 웨버다. 웨버는 미시간대 소속이던 1993년 4월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남자농구 노스캐롤라이나대와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11초를 남기고 주심에게 타임아웃을 요청했다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역시 타임아웃이 이미 소진됐던 것. 미시간대는 2점 차로 패했고 웨버는 ‘미스터 타임아웃’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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