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감독이 20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농구단 창단식에서 새 시즌에 대한 각오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팬분들과 소노 가족들, 다 함께 아주 특별한 농구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김승기 감독)
웃는다. 선수도 감독도 낯이 환하다. 한국프로농구(KBL)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명된 데이원스포츠(캐롯)의 불우한 과거를 뒤로하고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가 첫발을 뗐다. 선수단과 감독, 코치진은 계승됐지만 팀은 완전히 바뀌었다. 20일 경기 고양시의 소노캄 호텔 창단식장은 온통 하늘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늘색은 주황색(데이원 시절 상징색)의 보색에 가깝다.
소노는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회장 서준혁)이 데이원을 인수해 창단한 신생 구단이다. 지난 시즌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새 출발을 알렸던 데이원은 재정난에 허덕이며 임금 체불 등 부실 운영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리그에서 퇴출됐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생태계가 붕괴할 위기에 처했으나, 소노가 인수 기업으로 등판하면서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
전성현이 20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농구단 창단식에서 소감을 말하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이 20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농구단 창단식에서 새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소노는 지난 7월21일 케이비엘 이사회에서 신규 회원 가입 승인을 받았고, 선수 전원과 연고지(고양)를 그대로 유지한 데 이어 김승기 감독까지 데려왔다. 이날 창단식에서 공개된 소노의 엠블럼은 하늘로 치솟은 대포에 농구공 문양을 접목한 디자인으로 팀명 ‘스카이거너스’의 의미인 ‘하늘의 사수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모기업 이름 ‘소노’는 이탈리아어 ‘Sogno’(꿈)를 음차했다.
창단식장 무대에 오른 김 감독은 “팀 엠블럼에 맞게 하프라인만 넘으면 언제든 3점을 쏠 수 있는 팀이다”라며 변함없는 ‘김승기표 농구’의 방향성을 천명했다. 이날 사회를 본 방송인 김용만이 “정말 (선수들이) 하프라인 넘어서 바로 슛 쏴도 뭐라고 안 할 거냐”라고 묻자 그는 “그렇게 연습하고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가 많고, 슛에 대해서는 제가 관대하다”라고 했다.
방송인 김용만이 20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농구단 창단식에서 구단 엠블럼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감독의 팀은 늘 명사수의 농구를 선보였다. 지난 시즌 데이원은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 34.9개의 3점을 시도하고 11.5개를 성공했다. 2위 안양 정관장(26.4개 시도, 8.9개 성공)을 크게 앞선 수치다.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력에 양궁 농구의 묘미를 더한 데이원은 지난 시즌 리그 최약체라는 개막 전 평가를 딛고 모기업의 부실 운영 속에서도 플레이오프 4강에 진출했다.
선수들도 새 각오를 다졌다. 주장 김강선은 “팬분들이 힘든 시기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번에는 팬분들께 더 많은 감독을 주는 농구를 보여드리겠다”라고 했다. 지난 5월 자유계약으로 합류한 김민욱은 “김승기 감독님과 꼭 다시 한 번 농구를 하고 싶었다. 그 바람 이뤄주셔서 구단주님께 감사드리고, 출발이 늦었지만 명문 구단이 될 수 있게 이바지하겠다”라고 말했다.
고양/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