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회 마스터스 챔피언에 오른 트레버 이멜만(오른쪽)이 갤러리 틈에 있던 아내와 한살배기 아들을 만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오거스타/AP 연합
개리 플레이어 이후 30년만에 남아공 출신
4라운드 전날 밤. 그는 ‘멘토’로부터 음성메일을 하나 받고 소름이 끼쳤다. “그린재킷을 차지하라.” 그의 멘토는 다름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살아있는 골프전설’ 개리 플레이어(72). 고령임에도 이번 대회 51회째 출전기록을 세우고 1·2라운드 합계 17오버파(83+78)로 컷오프를 당한 그는 ‘마스터스의 땅’을 떠나며 자신이 키워온 제자에게 이런 당부를 남겼다. 1961년과 74·78년 3차례 마스터스를 제패했던 그는 제자가 30년 만에 조국에 그린재킷을 다시 선사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14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7445야드)에서 열린 제7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700만달러) 4라운드. 세계 29위인 트레버 이멜만(29·남아공)이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메이저대회 첫 우승 감격을 누렸다. 우승상금 135만달러. 올해 그랜드슬램 달성을 선언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추격을 3타차로 따돌린 우승이기에 기쁨은 더했다.
2006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알리스 웨스턴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로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그였다. 특히 올해는 4개월 전 횡경막 종양제거 수술을 받는 등 병마와도 싸워야 했다. 그래서 올해 8개 투어 대회에 출전해 4번이나 컷오프되는 등 부진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벤 호건 스윙같다”고 극찬을 받은 그는 강한 정신력으로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멜만은 이날 대역전드라마를 노리는 우즈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으나 타수를 지키는 침착한 플레이로 1~3라운드 이어온 선두를 지켜냈다. 15번홀까지 10언더파로 2위 그룹과는 5타차 여유있는 선두였고, 우승이 거의 굳어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16번홀(파3·170야드)에서 느닷없이 위기가 닥쳤다.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져 공이 그린 앞 물에 빠진 것. 결국 그는 더블보기를 범해 8언더파로 내려앉았다.
17번홀(파4·440야드) 2번째샷 때 뒤땅을 쳐 공이 그린 앞 벙커에 빠졌다. 그러나 멋진 벙커샷으로 공을 그린 1m 부근에 붙였고, 파세이브로 마무리했다. 18번홀(파4·465야드)에서도 드라이버샷을 잘 보냈으나, 공이 디봇 자리에 빠져 상황이 좋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온그린에 성공했고 파세이브로 마무리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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