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저스틴 로즈가 14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다 치주카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골프 4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포효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그는 올림픽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올림피언이었다. 남자골프 세계 1~4위 선수들이 지카 바이러스나 안전 등을 이유로 줄줄이 리우행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세계 12위인 그는 출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고 발표된 2009년부터 금메달 꿈을 키워왔다.
영국 선수단의 일원으로 개막식에도 참여해 지구촌 최대 스포츠 제전을 즐겼다. “브라질 마라카낭 주경기장에 들어가니, 10만5000명의 사람들이 모두 환호하고 축하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행복한 분위기에 있다니, 그것은 내가 브라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진정 원했던 무엇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남자 프로골퍼 저스틴 로즈(36). 전형적인 열혈 ‘골프대디’ 영향으로 세계 정상급 골퍼로 우뚝 선 그가 2016 리우올림픽 남자골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14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파71·7128야드)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로즈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이 2타 차로 은메달, 맷 쿠차(미국)가 동메달(13언더파)을 가져갔다.
로즈는 이날 스텐손과 17번홀까지 15언더파로 팽팽히 맞섰으며,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보기를 범한 스텐손을 극적으로 따돌렸다. 스텐손의 세번째 샷이 짧아 홀에서 약 10m 가까이 떨어진 반면, 로즈는 세번째 샷을 1m 안쪽에 붙여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뒤 로즈는 “지금까지 내가 차지한 어느 우승보다 더 낫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경험한 최고의 토너먼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2년 57살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켄 로즈)를 떠올리며 “아버지도 내가 걸어나오는 것을 아마 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로즈는 2013년 메이저 대회인 유에스(US) 오픈에서도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아버지가 생각나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유에스 오픈 정상에 오른 날은 미국 ‘아버지의 날’이었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 8월14일도 공교롭게 브라질 ‘아버지의 날’이었다. 로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유러피언 투어에서 각각 7승씩을 올린 강자다.
기대를 모았던 안병훈(25·CJ)은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 공동 11위로 마쳤다. 이날 이글 2개와 버디 3개, 보기 4개로 3타를 줄였다. 18번홀에서 30m 거리에서 60도 웨지로 시도한 세번째 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가는 이글을 성공시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왕정훈(21)은 이날 4언더파 67타로 선전했지만 최종합계 2오버파 286타 공동 43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여자부 개인전은 17일부터 나흘 동안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한국은 박세리(39) 감독의 지휘 아래 박인비(28·KB금융그룹), 김세영(23·미래에셋), 전인지(22·하이트진로), 양희영(27·PNS창호) 등 네 명이 출전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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