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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신나게’ 골프철학으로 미국 메이저퀸 ‘V2’

등록 2016-09-19 18:26수정 2016-09-19 19:31

에비앙 챔피언십 21언더파 우승 비결
‘즐겁고 신나게’ 골프철학, 강한 멘털
초등 때 수학영재, 부친이 골프 시켜
전인지가 18일(현지시각)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리조트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양손에 승리의 V 포즈를 취하고 밝게 웃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제공/연합뉴스
전인지가 18일(현지시각)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리조트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양손에 승리의 V 포즈를 취하고 밝게 웃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제공/연합뉴스
“착하고 남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하는 딸이 국위를 선양해 기쁘다.” 2015년 7월12일(현지시각)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초청선수로 출전한 제70회 유에스(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여자골프계의 샛별로 탄생했을 때, 아버지 전종진(58)씨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전인지가 1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생애 두번째 ‘메이저 퀸’에 등극하자, 미국 <골프채널>의 랜들 멜은 전인지의 코치이자 골프 해설위원(jtbc) 박원씨가 한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인지는 공을 잘 치고 있든 못 치고 있든 게임을 즐기는 법을 배우려 했다. 나는 제자들에게 그것을 가르치려 노력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인지는 그렇게 한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에 공식 데뷔한 전인지가 골프 실력도 실력이지만, 라운드 도중 변함없는 잔잔하고 평온한 미소로 한국은 물론 지구촌 여자골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골프채널>은 “에리야 쭈타누깐처럼 전인지의 미소는 게임에 필수적”이라며 전인지의 경기력에 있어 미소가 작용하는 힘이 크다고 강조한다. 박원씨도 “전인지의 게임에 있어 웃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계 1위 리디아 고는 “전인지는 항상 웃고, 늘 다른 사람을 위하려 한다. 그것이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라며 “그의 미소는 여자골프에 있어 놀라운 대사(앰배서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이 느꼈듯이 전인지의 골프 철학은 ‘즐겁고 신나게!’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 뒤 전인지는 공식 인터뷰에서 “매 대회 1번홀 티샷을 하기 전, 야디지북에 써놓은 이 글을 읽으며 경기를 시작한다”며 즐기는 골프를 강조한 바 있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전인지는 대진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지능지수(IQ) 138을 뽐내는 수학영재였다. 전국수학경시대회에 나가서도 대상 등 숱한 상을 받았다. 그러나 태권도를 했던 아버지가 딸에게 골프를 가르치면서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아버지는 수학영재를 키우려던 학교와 마찰을 빚자 딸을 제주 광양초등학교, 전남 보성 득량중으로 전학시키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전인지는 신지애를 배출한 함평골프고를 다니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국가대표까지 발탁됐다. 2013년 한국여자오픈 우승으로 일약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한·미·일 메이저 대회 4회 우승 등 모두 8승을 올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런 눈부신 성과로 ‘덤보’(아기코끼리)라는 별명을 가진 전인지는 수천명이 가입된 ‘플라잉 덤보’라는 팬클럽도 가지고 있다. 이번 그의 우승을 지켜본 장아무개씨는 “전인지는 너무 침착하고 멋진 선수다. 미소가 아름답다. 열렬한 팬”이라고까지 했다. 그런 중장년층 팬은 넘쳐난다. 해외 원정까지 따라다닐 정도로 팬덤이 막강하다. 전인지는 미국 팬들과 교감을 넓히기 위해 영어 공부에도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 코치는 “인지는 라운드 중 가방에 2개의 작은 책을 가지고 다니는데 하나는 야디지북, 하나는 영한 번역책”이라고 했다.

이번에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리조트골프클럽(파71·6470야드)에서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도 전인지는 변함없는 미소로 우승에 대한 중압감을 떨궈내며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샷을 앞세워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63+66+65+69)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 48만7500달러를 챙기며 시즌 상금순위 4위(140만5054달러)로 껑충 뛰었고, 세계순위도 7위에서 3위로 수직상승해 한국 선수 중 최고가 됐다. 신인상도 사실상 예약했다.

전인지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 골프 역사도 새롭게 썼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까지 포함해 메이저 대회 최다 언더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2차례 우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에서 달성한 것도 뜻깊다. 그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첫 우승과 두번째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장식한 선수는 박세리(39)뿐이었다. 전인지는 24년 동안 깨지지 않던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메이저 대회 72홀 최소타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경기 뒤 전인지는 “사실 부상 이후 스스로 부정적인 사이클에 빠져 있어서 어떻게 헤쳐 나와야 될지 모르는 시간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가족과 코치님, 팀원 모두가 도와주셔서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 이전까지 15개 대회에 출전해 2위와 3위를 각각 3번씩 기록했으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실 이 우승의 순간을 올 한 해 많이 기다려왔다. 힘든 시간을 많이 이겨내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전인지는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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