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의 주민규(왼쪽)가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경기에서 FC서울을 2-0으로 이긴 뒤 동료 안현범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성(24·김천 상무), 주민규(32·제주 유나이티드), 엄원상(23·울산 현대), 이승우(24·수원FC), 김대원(25·강원FC).
잔여 경기가 3분의1 가량 남은 올 시즌 K리그1의 득점 테이블에서 두 자릿수 고지를 선점한 5인방의 면면이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뜨겁고 신선한 이름들이다. 대부분이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이 유력하거나 이미 달성했다. 모두 국내 선수들인 점도 이례적인데 2021년 주민규(1위), 2018년 문선민(5위), 2017년 양동현(2위)·주민규(4위)를 빼면 지난 5시즌 동안 국내 선수가 득점 5위권에 드는 것도 버거웠다. 이번에는 득점왕과 도움왕은 물론, 리그 최우수선수(MVP)까지 이들 중에서 배출될 공산이 크다.
스테판 무고사(14골·비셀 고베)가 떠나면서 공석이 된 득점 1위 왕좌에 가장 근접한 스트라이커는 조규성과 주민규다. 대표팀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임이 두터운 조규성은 올해 김천 상무에서 13골4도움을 올렸다. 상무팀 고별전이었던 지난 5일 성남 방문 경기에서는 1골2도움을 기록했다. 2019년 데뷔 시즌 K리그2에서 세운 개인 최다 득점(14골)을 넘는 건 시간문제다. 다만 다음 달 7일 전역 전까지 ‘말년 휴가’를 떠나면서 5경기를 결장하게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후에는 ‘ 예비역 병장 ’ 신분으로 전북 현대에서 뛴다.
팀 K리그의 조규성이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의 친선경기 전반에 동점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규도 13골을 넣었다. 최전방에서 버텨주는 플레이와 골 결정력이 탁월했던 그는 올해 연계 능력까지 만개해 도움도 7개(리그 2위)나 기록했다. 공격포인트로 따지면 리그 1위(20개)다. 지난 시즌 5년 만에 ‘토종 득점왕’에 오른 데 이어 2연패는 물론 득점·도움왕 동시 석권도 노려볼 만하다. 프로축구 역사상 2연속 득점왕은 데얀 다먀노비치(2011∼2013·3연속)가 유일하고, 득점과 도움 모두 1위에 오른 건 1980년대 피야퐁(1985)과 최상국(1987)뿐이었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만큼 한골 한골이 자신의 가치로 직결된다.
두 정통 중앙 공격수 뒤는 물오른 날개 공격수들이 추격한다. 이제는 리그 1위 팀
울산 현대의 어엿한 에이스가 된 엄원상의 기세가 특히 매섭다. 이번 시즌 11골5도움. 그가 영입되기 전 같은 포지션 선임이었던 이동준(헤르타 BSC)의 전 시즌 기록(11골4도움)도 넘어섰다. 지난 7일 ‘전주성’에서 수비를 달고 뛰면서
단독 드리블 선제골을 넣는 등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11골 중 절반 이상인 6골이 팀에 승리를 가져온 결승골이다. 한결같이 “개인 수상보다는 팀의 승리가 먼저”라고 강조하는 그의 성실한 득점력은 울산의 ‘우승 한’을 풀 마스터키다.
울산 현대 엄원상이 지난달 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강원FC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수원FC 이승우(오른쪽)가 지난달 1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FC서울과 경기에서 골을 넣은 라스와 얼싸안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 다음은 나란히 10골을 기록 중인 이승우와 김대원이다. 유럽에서 보낸 6년 동안 한 시즌 두 자릿수 경기를 뛰는 일도 쉽지 않았던 이승우는 K리그에서 기량이 폭발했다. 6라운드 마수걸이 골을 신고한 뒤 4경기 연속골(15∼18라운드)을 넣는 등의 활약으로 리그 최다 득점팀(40골)인 수원FC의 공격 선봉에 서 있다. 6월에는 이달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현지 언론을 통해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하트 오브 미들로시언 쪽에서
이승우 영입에 관심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럽 재진출설도 대두되고 있다.
수원FC(6위)와 승점 동률로 순위표에 딱 붙은 강원FC(7위·33점)에서는 김대원이 눈부시다. 10골9도움. 2016년 K리그 데뷔 후 두 자릿수 득점은 처음이고 시즌 10(골)-10(도움) 기록도 가시거리에 뒀다. 10-10은 2019년 문선민(10골10도움)·세징야(15골10도움) 이후 처음이다. 중학생 때 바둑에서 축구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김대원은 속도와 활동량에 슈팅력이 더해지면서 정상급 선수로 도약했다. K리그 파워랭킹인 아디다스 포인트에서 6·7월 두 달 연속 1위를 지켰고 7월의 선수 후보에도 선정됐다.
신인상이 유력한 양현준과 함께 강원의 출력을 높일 엔진이다.
강원FC 김대원이 지난 3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전북 현대전을 뛰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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