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부카요 사카가 21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첫 경기 이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알라이얀/타스 연합뉴스
종갓집의 ‘발 맛’은 매서웠다. 잉글랜드가 이란을 대파하며 대권 가도를 열었다.
잉글랜드는 21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이란을 6-2로 누르고 56년 만의 우승 도전 첫발을 기분 좋게 내디뎠다. 지난 6월과 9월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부진(6경기 3무3패)으로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경질설까지 대두됐던 축구 종가는 본선 한 경기 만에 완벽하게 우려를 지워냈다.
시종 잉글랜드가 압도한 경기였다. 이란 알리레자 베이란반드(페르세폴리스) 골키퍼의 부상으로 약 7분간 중단된 경기가 재개된 이후부터 잉글랜드는 흐름을 탔다. 전반 35분 루크 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로스를 받은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이 헤더로 선제골을 열었다. 월드컵 데뷔전 데뷔골이자, 벨링엄의 A매치 첫 득점이었다. 2003년생인 그는 현재 잉글랜드에서 시장 가치가 가장 높은 선수이기도 하다.
벨링엄이 물꼬를 트자 잉글랜드의 ‘영건’들이 맹폭을 시작했다. 전반 43분 세트피스 코너킥 상황에서 해리 매과이어(맨유)가 헤더 도움을 부카요 사카(아스널)가 왼발 하프 발리로 연결하며 골망을 갈랐다. 곧이어 전반 추가시간 라힘 스털링(첼시)이 한 골을 보탰고 후반전에도 다시 사카(후반 17분)와 교체 투입된 마커스 래시퍼드(맨유·26분), 잭 그릴리시(맨체스터 시티·39분)가 골 맛을 보며 완벽한 승리를 합작했다. 다만 이란은 메흐디 타레미(포르투)가 두 골을 만회하며 일말의 자존심을 지켰다.
잉글랜드 주드 벨링엄이 21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첫 경기 이란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도하/EPA 연합뉴스
잉글랜드는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단 가치 총액이
가장 비싼 팀(약 2조원)이자 이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최다 득실 차(39득점 3실점)를 기록한 팀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4강,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으로 지난 두 번의 메이저대회에서 4강 이상을 기록한 유일한 유럽팀이기도 하다. 잉글랜드는 최전방 해리 케인(토트넘)부터 후방 수비수 매과이어까지 누구 하나 빠짐없는 활약으로 이날 우승 후보의 저력을 과시했다. 경기 막판 잉글랜드 응원석에서는 징글벨 ‘떼창’이 나왔다.
한편, 이란의 선수들은 킥오프 전 국가 연주 때 제창하지 않고 엄숙한 모습을 보였다. 자국에서 두 달 넘게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에 연대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란 정부의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냈던 사르다르 아즈문(레버쿠젠)은 이날 경기 후반 32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가 들어오자 이란 관중석 쪽에서는 폭발할 듯한 갈채와 격려가 쏟아졌다. 아즈문은 후반 추가시간 55분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도하/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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