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르셀로나 시절의 리오넬 메시. AP 연합뉴스
축구는 어떻게든 골을 넣는 쪽에 손을 들어주는 스포츠지만, 골만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더 많은 골’만으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특히, 득점왕과 우승 트로피의 관계는 다소 역설적이다.
득점왕을 배출한 팀이 우승하지 못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당장 한국프로축구 K리그1의 경우 지난 시즌 우승팀은 울산 현대이지만 득점왕은 조규성(전북 현대)이었다. 골 수가 같았던 주민규도 작년에는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다. 그 이전도 마찬가지다. 전북이 리그 5연패를 하는 동안 전북 출신 득점왕은 한 명도 없었다. 득점왕이 리그 트로피까지 석권한 사례를 찾으려면 2012년(FC서울·데얀)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시즌 동안 득점왕은 챔피언이 아닌 팀에서 나왔다. 손흥민(토트넘)과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가 공동 득점왕을 차지한 지난 시즌 챔피언은 맨체스터시티였고 그 전인 2020∼2021시즌에는 역시 맨시티가 챔피언, 해리 케인(토트넘)이 득점왕이었다. 여기도 우승팀 출신 득점왕은 2012∼2013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로빈 반 페르시(26골)가 가장 최근이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P 연합뉴스
지난 22번의 월드컵에서도 우승팀 득점왕은 단 네 번뿐이었다. 21세기 들어서는 2002 한일월드컵의 호나우두(브라질) 한 명이다. 2011∼2012시즌 리오넬 메시는 FC바르셀로나에서 ‘리그 50골’이라는 유럽 축구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세웠는데 우승컵은 레알 마드리드에 내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2014∼2015시즌 마드리드에서 48골 커리어하이 득점왕에 올랐는데 리그 우승은 바르셀로나가 했다.
이 반복된 현상에서 명확한 인과 관계를 짚어내기는 어렵다. 매 경기 열한 명이 출전해 한 시즌에 40∼50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장기 레이스 특성상 한 선수의 영웅적인 활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팀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뿐이다. 반례도 많다. 이번 시즌만 해도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를 제외한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1부 리그 득점왕은 전부 리그 1위 팀이다.
2002 한·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골 뒤풀이 중인 브라질의 호나우두. AP 연합뉴스
이목은 현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 엘링 홀란드(맨시티·25골)와 리그 2위 맨시티의 상황에 집중된다. 영국 <가디언>의 스포츠 기자 조너선 윌슨은 칼럼에서 홀란드 합류 뒤 맨시티 수비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주장하면서 “스트라이커가 골을 많이 넣고 훌륭한 선수라고 해서 반드시
팀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썼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26골을 실점했는데 올 시즌 절반이 지난 현재 벌써 20골을 먹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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