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여자 축구대표팀의 알레시아 루소가 6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호주와 4강전에서 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시드니/AP 연합뉴스
유럽 챔피언 잉글랜드가 세계 정상까지 1승을 남겨뒀다.
사리나 위그만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여자 축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4강에서 호주를 꺾고 사상 첫 결승에 올랐다. 위그만 감독 체제에서 지난해 여자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제패했던 잉글랜드는 약 1년 만에 월드컵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목전에 뒀다. 잉글랜드 여자 축구의 전성시대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잉글랜드는 위그만 감독 부임 후 이날 전까지 37경기 동안 딱 한 번 패했는데(29승7무), 그 상대가 호주였다. 호주는 지난 4월 에이스 골잡이 샘 커(첼시)의 1골1도움 활약을 앞세워 잉글랜드의 30경기 무패 행진을 무너뜨렸다. 아울러 잉글랜드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4강에 올랐으나 각각 일본(2015)과 미국(2019)에 1-2로 패했던 준결승 징크스도 안고 있었다.
영국 런던의 박스파크 웸블리 모여 준결승전을 지켜보던 잉글랜드 팬들이 루소의 쐐기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공연한 걱정을 말끔히 지워낸 건 잉글랜드의 최전방 3인방이었다. 전반 36분 스로인에서 시작된 공격을 로렌 헴프(맨체스터 시티)와 알레시아 루소(아스널)가 가다듬으며 문전 가까이 이끌었고 페널티박스 깊은 곳에서 사선으로 튕겨 나온 컷백을 엘라 툰(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오른발로 휘둘러 골망을 흔들었다. 툰과 루소는 1999년생, 헴프는 2000년생으로 잉글랜드의 영건들이 합작한 선제골이었다.
다만 이번에도 위그만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건 커였다. 종아리 부상으로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걸렀고 앞선 토너먼트 두 경기도 교체 출전에 그쳤던 ‘캡틴’ 커는 이날 선발 출전해 최전방에서 호주의 반격을 호령했다. 후반 18분, 수비 라인을 높이고 깊숙이 올라온 잉글랜드의 패스가 끊겼고,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은 커는 단독 드리블에 이은 오른발 중거리포로 동점골을 쐈다.
호주의 샘 커가 4강전 패배 뒤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시드니/로이터 연합뉴스
7만여 안방 팬들의 함성으로 요동치던 경기장의 함성은 10분을 가지 못했다. 후반 26분 헴프가 상대 수비 사이를 영리하게 공략하면서 엘리 카펜터(리옹)의 불안한 볼 처리를 유도했고 손쉽게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이어 41분, 다시 호주 중원이 놓친 공을 헴프가 낚아채 오른쪽에 침투해 들어가는 루소에게 절묘한 패스를 찔렀고, 루소는 그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 경기 전까지 느슨해진 수비 조직력과 저하된 득점력으로
유럽 챔피언답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잉글랜드는 호주를 완파하고 또 다른 역사의 마지막 한 걸음만 남겨두게 됐다. 만일 잉글랜드가 남은 한 경기도 이긴다면, 남자 팀의 1966년 우승 이후 57년 만에 조국에 월드컵 트로피를 선사할 수 있다. 잉글랜드는 오는 20일 저녁 7시
스페인과 마지막 승부를 치른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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