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 팬들이 2일(한국시각) 영국 번리의 터프 무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 4라운드 토트넘과 안방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번리/AP 연합뉴스
지난 1일 밤 11시(현지시각)를 기해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여름 이적시장이 마감됐다. 영국 비비시(BBC) 보도를 보면 이 기간 잉글랜드 클럽들의 총 지출액은 23억6000만파운드(약 3조9260억원)로,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바로 1년 전에 세운 19억2000만파운드(약 3조1940억원). 씀씀이가 7000억원가량 늘었다.
숫자를 뜯어보면 기록적인 여름의 스케일이 들어온다. 이번 이적료 지출은 이른바 유럽 5대 리그로 꼽히는 라리가(스페인), 세리에A(이탈리아), 분데스리가(독일), 리그1(프랑스)의 지출 총합에 약 절반(48%)에 해당한다. 겨울이 오지 않았음에도 이미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여름·겨울 이적시장 지출 총액(27억파운드)에 버금가는 액수를 달성했으니 아직 놀랄 일이 더 남아 있다.
이적 시장 마지막 날 하루에만 2억5500만파운드가 풀렸다. 지난 시즌(1억2000만파운드)의 두 배를 넘는다. 울버햄프턴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옮긴 미드필더 마테우스 누녜스(5500만파운드), 맨시티에서 첼시로 향한 콜 팔머(4000만파운드),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리버풀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라이언 흐라번베르흐(3430만파운드) 등이 굵직한 ‘디데이’ 영입으로 꼽힌다.
마지막까지 문을 두드렸던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 알이티하드의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의 영입은 불발됐다. 알이티하드는 1억5000만파운드를 제시했으나 리버풀이 단칼에 거절했다. 올여름 네이마르(알힐랄),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 등 유럽의 스타 선수들을 대거 쓸어담은 사우디는 지금까지 약 7억파운드를 썼고 이중 3분의 1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를 사는 데 쓰였다.
네이마르가 지난달 1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파흐드 스타디움에서 알힐랄 입단식을 치르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사우디 오일머니의 화력이 거셌지만 프리미어리그의 큰손들은 그보다
세 배를 썼다. 이 ‘미친’ 판세를 주도한 클럽은 첼시다. 미국인 사업가 토드 볼리 부임 이후 첼시는 이번까지 세 번의 이적 시장 동안
10억파운드를 썼다. 올여름에는 10명의 선수를 사들이는 데 3억8000만파운드를 지출했는데 단일 클럽 최고 기록이다. 선수 판매액 또한 2억9500만파운드로
유럽 역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회계사 팀 브릿지는 비비시를 통해 “2년 연속 이어진 프리미어리그의 기록적인 지출은 팬데믹 이후 수익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다”라며 “20개 팀 중 14개 팀이 지난여름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리그 내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라고 배경을 짚었다. 이제 투자는 끝났고,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시간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