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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 수탉대신 승리의 새벽 불렀다

등록 2006-06-19 18:11수정 2006-06-19 18:16

오태규 선임기자의 라인강 편지 /

그들의 노래와 구호, 함성은 쓰러진 선수를 일으켜 세우고, 지친 선수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마술피리’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윗이 골리앗과 비기는 ‘또 하나의 이변’이 벌어졌습니다.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응원에서는 완승을 거뒀습니다.

19일(한국시각) 라이프치히 월드컵경기장을 붉은 함성으로 가득 메운 ‘붉은 악마’의 힘이 없었다면, 한국팀은 0-1의 상황에서 그냥 주저 앉았을지 모릅니다. 아마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의 노래, 구호마저 없었다면 저도 경기 보기를 포기했을 겁니다.

태극전사들도 이변이 누구 때문에 이뤄졌는지를 너무도 잘 아는 듯, 경기가 끝난 뒤 바로 그들 앞으로 뛰어와 인사를 했습니다. 그들은 다시 선수들을 향해 “우리는 그들을 넘어섰다”는 대형 천을 잽싸게 들어올리며 격려했습니다. 그들은 월드컵 사상 국외 경기 첫승(2-1)을 거둔 토고전 때는 ‘보라! 승리를 확인하러 우리가 왔다’라는 대형 천을 준비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응원은 단지 경기장 안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경기장의 한켠에 자리잡고 있지만, 전세계 곳곳에서 응원하는 한국인들의 중심이며, 전위입니다. 그들이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을 외치면 광화문에서도 뉴욕에서도 도쿄에서도 같은 함성이 동시에 울려퍼집니다.

붉은 악마의 응원방식은 이번 독일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적인 ‘문화명품’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만 보면 “대~한민국”을 외치고 “오, 필승 코리아”를 흥얼거리며 인사를 합니다. 또 일부 나라 응원단은 “대~한민국”을 자기 나라 이름으로 슬쩍 바꿔 ‘짝짝짝, 짝짝’하며 응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이목을 끄는 한국 특유의 원정 응원은 참여하고 있는 개개인의 엄청난 희생과 고통, 열정을 동력으로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라이프치히 시내에서 만난 선기철(29·회사원)씨는 원정응원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하루를 빵 1개로 때우고 잠은 공원이나 야간열차에서 자는 ‘고난의 행군’을 벌써 10일째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씨는 자기만 고생하고 열정이 있는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자기보다 더한 사람이 수두룩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합니다. 붉은 악마는 곧 ‘선기철류’의 희생과 열정의 집합입니다. 그러기에 이들의 힘찬 목소리가 더욱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ohtak@hani.co.kr

사진 라이프치히/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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