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정에 수원·성남 선수 차출 강행
리그 챔프전 앞둔 두팀 감독 강력 반발
리그 챔프전 앞둔 두팀 감독 강력 반발
핌 베어벡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패배에 대한 비난이 두려웠던 걸까.
베어벡 감독이 15일(밤 9시·한국시각) 테헤란에서 열리는 2007 아시안컵 최종예선 이란과의 원정경기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20명)에 프로축구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수원 삼성과 성남 일화 선수 3명을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베어벡 감독이 19일(오후 2시·성남 탄천종합운동장)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국가대표 차출에 난색을 표시한 수원과 성남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고 차출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김영진 성남 부단장은 “축구협회가 한국 축구의 중흥을 생각한다더니 이게 뭐냐”고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 오근영 수원 사무국장도 “참 섭섭하다. 차범근 감독님도 많이 화가 난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축구협회가 13일 발표한 이란 원정 명단에는 조원희(수원)와 김용대 김두현(이상 성남) 등 두 팀의 주전들이 포함돼 있다. 애초 예비명단에 포함된 수원의 주장 김남일은 부상을 이유로 제외됐다. 선수의 수와 팀내 주전 입지를 고려하면 수원보다 성남이 더 타격이 큰 셈이다. 13일 밤 비행기를 타고 이란으로 떠난 이들은 15일 이란과의 원정경기를 치른 뒤 16일 오후 베어벡 감독과 귀국해 19일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 나서야 한다. 5시간30분이 나는 시차 적응, 장거리 비행, 경기 출전 등으로 선수들의 피로 누적이 예상된다.
두 팀 감독은 협회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K리그 플레이오프 4강전이 끝난 뒤 “이번 이란전은 져도 되는 경기가 아닌가. 프로축구가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순간인데 승패가 무의미한 경기에 선수들을 꼭 빼가야 하느냐”고 말했다. 차범근 감독도 “월드컵 때라면 모르겠다. 프로축구에서 챔피언 결정전보다 더 중요한 대회가 또 있는가. 이런 식으로 가면 한국 축구에 희망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이란과의 최종전에 상관없이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의 생각은 좀 다른 듯하다. 김호곤 축구협회 전무는 “베어벡 감독은 얼마 전 프로 쪽과 일정 등에 대해 얘기할 당시, 이란전에 대해 프로 쪽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더니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당황해한다”고 전했다. 김 전무는 “승패가 상관없다고 하지만 국가간 경기에서 지고 돌아오면 감독의 자질과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올 것에 대해 베어벡 감독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애초 이란 원정 명단에 속했던 장학영(성남)은 허벅지 부상을 이유로 제외됐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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