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축구오디세이
[김경무 선임기자의 축구오디세이]
축구대표팀이 오랜 만에 네덜란드와 A매치를 치르게 되자, 가족 혹은 친구끼리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가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표 구하기 전쟁도 벌어지는 모양입니다. 역시 A매치 관심도는 대단합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에 ‘오대영’(5-0) 참패를 안겨준 오렌지군단과의 경기는 정말 기대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들 하십니까? 박주영 정조국 백지훈 김영광 등 촉망받는 젊은 피는 물론, 안정환이 축구대표팀 명단에 끼지 못한 사실에 대해. 그것도 22명 엔트리 축에도 들지 못한 것을…. 모처럼 열리는 A매치인데, 팬들 사랑을 받던 스타들이 빠지니 아쉽기도 합니다. 박주영의 경우,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게 핌 베어벡 감독 판단인 듯 합니다. 선수선발이야 감독 고유권한인데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짚고 넘어갈 대목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큰 타이틀이 걸린 경기도 아니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데이에 치르는 친선경기인데, 장차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기대주들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세계 정상급 팀과의 경기에 나서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을 쌓을 터인데 말입니다. 대신 베어벡 감독은 이번 친선경기에서 굳이 뛰지 않아도 무방해보이는 노장스타를 일부 포함시켰더군요. 35살 골잡이는 “내가 왜 뽑혔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니….
축구전문가들은 물론 팬들한테서 기량에 문제있다고 지적받는 일부 선수는 중용하면서, 박주영 정조국 같은 기대주들은 야멸차게 제외시키는 베어벡 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스타 길들이기인가요?
박주영은 이미 검증된 축구천재가 아닌가요. 대구 청구고 3년에 재학 중이던 2004년 그가 아시아청소년축구 무대를 평정한 뒤 이듬해 K리그에 데뷔해 천부적 감각으로 골행진을 벌였을 때, 축구인들은 너나없이 이회택-차범근 등을 잇는 차세대 스트라이커감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의 천재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던 축구천재가 특정감독의 홀대 속에 점차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면 지나친가요?
그런 그를 격려하고 기회를 줘 기를 살려야 할까요, 아니면 ‘네가 무슨 축구천재냐? 더 배워라’는 식으로 대해야 할까요? 저는 전자 편에 서고 싶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kkm100@hani.co.kr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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