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삼바축구 농락
19일 베이징 노동자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남자 축구 4강전. 올림픽 무대에서 남미 축구의 지존을 가리는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관중석이 빼곡히 찼고, 전세계 수많은 취재진이 몰리면서 기자석 계단까지 빈 틈을 찾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이 몰렸다.
이들의 눈은 양 팀의 에이스인 호나우지뉴(28·브라질)와 리오넬 메시(21·아르헨티나)에 쏠렸다. 메시는 한 개의 금메달도 장담할 수 없는 조국에 우승을 안기겠다며 출전을 강행했고, 호나우지뉴도 브라질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와일드 카드’를 자청했다. 경기는 관중들이 브라질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가운데 펼쳐졌다. 특히 호나우지뉴가 공을 잡을 때 마다 중국 관중들은 “브라질! 브라질!” “짜여우! 짜여우!”를 외쳤다. 하지만 후반전에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은 아르헨티나가 3-0 완승을 거뒀다.
아르헨티나 공격의 중심에는 메시가 있었다. 그는 벌칙구역 안 좁은 공간에서조차 압도적인 기량으로 수비수 2~3명을 몰고 다녔고, 틈 나는 대로 ‘킬 패스’를 찔러넣었다. 스피드, 드리블, 돌파력, 어시스트, 강력한 슛 등 스트라이커가 갖춰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를 모두 보여줬다.
반면 지구에선 볼 수 없는 실력이라고 해서 ‘외계인’으로 불리던 호나우지뉴는 화려한 개인기를 잃은 채 볼 배급에 치중했다. 후반 추격 기회에서 찬 프리킥이 골대를 맞는 불운도 겹쳤다. 메시는 경기 뒤 호나우지뉴(1m80)와 우정의 포옹을 나눴다.
베이징/홍석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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