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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거머리’ 김정우에 무적함대 ‘혼쭐’

등록 2010-06-04 19:06수정 2010-10-29 09:53

비야·사비·페드로 등 꽁꽁 묶어 허 감독 ‘극찬’
스페인에 0-1 졌지만 당당히 맞서 ‘사기충천’
 “제가 그랬잖아요. 언제, 어디에서든 다 처리해 주지 않습니까.”

4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디볼리 경기장에서 벌인 2010 남아공 월드컵 대비 스페인 평가전(0-1패) 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지고도 웃는 지도자는 없다. 그러나 이날은 특별했다.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의 최강팀이다. 2년전인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는 우승했다. 세계 최고의 양대 명문 레알 마드리와 FC바르셀로나까지 가히 축구왕국이고, ‘무적함대’라고 불러도 무색하지 않다. 이런 강호를 맞아 0-1로 졌다는 것은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다. 배우면서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광주 성남)는 100% 이상의 기량을 발휘해 허 감독의 극찬을 이끌어 냈다. 초호화 선수를 보유한 강팀 스페인을 맞아 많이 뛰는 경기로 맞섰고, 수비에 집중하면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역습 시도를 한 대표팀은 패배했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 김정우의 무한한 저력 이용수 <한국방송> 해설위원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목받을 최고의 한국 선수로 “김정우”를 꼽은 바 있다. 스페인 평가전에서 예측은 적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정우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 후반 투입된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페드로(바르셀로나) 등 스타 선수들을 압착기로 누르듯 밀어냈다. 패스 게임이 주전공인 스페인팀은 길목마다 거미줄을 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달라붙는 김정우의 기세에 밀려 결정적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을 비롯한 수비진용은 “정우가 앞에서 잘 막아줘서 편했다”고 칭찬 릴레이를 했다. 체격은 1m83, 71㎝로 호리호리한 김정우는 공을 잡으면 좌우로 전개하는 패스력도 뛰어나 수비와 공격의 중핵 구실을 한다. 가끔씩 터트리는 중거리슛도 강력하다. 헌신성과 낮추는 자세로 팀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국외파 기성용(셀틱)과 허리에서 호흡을 잘 맞추면서 위압감은 더 커졌다. 김정우는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경기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자신감 충천한 선수들 대표팀 선수들은 최근 이뤄진 무기명 설문에서 스페인을 이번 월드컵 우승후보로 가장 많이 꼽았다. 무려 14명이 지목해 브라질(7명)을 압도했다. 존경심마저 갖고 있었을 법한 상대가 스페인 선수들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주눅들지 않았다. 유쾌하게 스스로의 경기력을 시험해보았다. 한발짝 더 뛰면서 힘을 모았고, 스스로의 능력을 주눅들지 않고 발휘하려고 애썼다. 골키퍼 이운재(수원)는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경기였는데 강팀을 상대로 집중력을 갖고 잘 치렀다”고 자평했다. 중앙 수비수 조용형은 “비록 무실점으로 끝내지는 못했지만, 세계적 선수들과 당당히 맞섰다. 어떤 팀과 붙어도 좋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소득”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조용형과 찰떡호흡을 과시한 중앙 수비수 이정수(가시마)는 “후반 초반까지는 괜찮았는데 스페인의 고가(高價) 선수들이 들어오고 나서는 좀 힘들었다”고 웃으며, “어느 상대와도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 델 보스케 감독 “조직력 좋다”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밝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자칫 무승부로 끝날 수 있던 승부가 후반 40분 곤살레스 헤수스 나바스(세비야)의 골로 간신히 이겼기 때문이다. 델 보스케 감독은 초반 주전을 대거 제외한 진용으로 선수들을 배치했다. 골키퍼도 이케르 카시아스(레알 마드리드) 대신 호세 마누엘 레이나(리버풀)를 기용했다. 백업요원으로 배치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압박과 간간히 역공을 퍼붓는 한국의 공세가 거세자, 후반부터는 초호화 멤버를 투입하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한국은 매우 잘 조직된 팀이고, 체력적으로 강한 팀”이라고 평가했다.

■ 마무리 전력 극대화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의 이상적인 완성도를 기준으로 할 때 몇% 올라왔느냐고 묻자, “난 욕심이 많다. 점수를 많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핵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뺀 상태에서도 경기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경험을 한 것은 큰 수확이다. 안정환(다롄)과 차두리(프라이부르크), 김남일(톰 톰스크)를 후반 투입한 것은 “좀 더 체크를 해봐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먼저 뛴 김재성(포항), 오범석(울산), 염기훈(수원)을 대신해 투입됐지만 인상적인 장면은 연출하지 못했다. 때문에 안정환 김남일 등은 본선 경쟁력을 위해 좀더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허 감독은 “스페인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한골을 얻기는 쉽지 않다”며 “본선을 앞두고 어떻게 나가야 할지 방향지시를 분명하게 얻은 경기”라고 했다. 허 감독은 개인기가 뛰어난 아르헨티나전을 대비하는데 스페인전을 중요한 복기 자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5일 남아공에 입성하는 허 감독은 “본선이 1주일밖에 안 남았다. 선수단 전체가 오직 목표만 향해서 달려가겠다. 열정을 가지고 모두 최선을 다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인스브루크/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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