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다.”
허정무(사진) 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한국시각)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숙소인 헌터스레스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17일 아르헨티나와의 싸움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뜻을 비쳤다. 허 감독은 “상대는 강한 팀임이 분명하고 우리가 많이 시달릴 것”이라며 “그러나 냉정을 잃지 않고 상대의 약점을 노리면 의외의 결과, 세계가 놀랄 일도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12일 그리스와의 B조 첫 경기 승리 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즐겨라”라고 말했던 허 감독. 그의 머릿속에는 ‘주눅들지 않은 플레이로 상대를 꺾어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셈이다.
허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후반에 역습에 약했다. 우리가 얼마만큼 기회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골리앗이 큰 힘을 가졌지만 다윗이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다혈질적인 면이 있는 상대를 좀더 과격하게, 초조하게 만들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발 1700m 이상의 고지대 싸움과 관련해서는, “아르헨티나가 이미 고지대 싸움을 했지만 우리도 이미 고지훈련에서 놀라울 정도로 잘 적응한 상태”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레이몽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코치가 한국 선수들의 체력적인 상태 변화를 보고 ‘뷰티풀’이라고 할 정도로 올라와 있다”고 소개했다.
허 감독은 “고지대 싸움은 볼의 빠름이나 크로스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잘 적응하면 좋은 승부가 될 것”이라며 “첫 경기에서 얻은 귀중한 승점을 잘 마무리해서 절대 놓치지 말자는 각오에 차 있다”고 했다. 무승부를 염두에 두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경기 최선을 다하면 좋은 길이 있다. 한고비만 넘으면 정상인데 그걸 모르고 비탈이 있다고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루스텐버그/글 김창금, 사진 김진수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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