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비판’ 언론도 수비전술 칭찬
월드컵 개막 직전 일본의 스포츠평론가 스기야마 시게키는 언론 기고에서“정정당당하게 전패를 하라”고 말했다. 5차례 평가전에서 겨우 한 골을 넣고 7골을 내주며 1무4패를 한 일본팀의 전력을 냉정하게 보라는 것이었다. 그런 일본이 14일 밤(한국시각) 열린 첫 경기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을 1-0으로 꺾고 귀중한 1승을 챙겼다. 12년 전 같은날 프랑스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1-0으로 지는 등 3전 전패를 기록했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월드컵 원정 역사상 첫 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일본 언론들은 ‘4강’을 호언하던 오카다 감독이 “대회 직전 수비 위주로 전술을 바꾼 것이 적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사히신문>은 ‘잘 견뎠다 혼의 수비진’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요미우리신문>은 “혼다 게이스케를 원톱으로 내세운 전술이 적중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경기에선 일본(20개)과 카메룬(29개)을 합해 이번 대회 최다인 49개의 반칙이 나왔다. 영국의 <비비시>(BBC) 방송은 “맹맹한 시합이었다”고 혹평했다.
일본-카메룬 경기 시청률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방에서 후반 평균 44.7%, 최고 49.1%에 이르는 등 관심이 높았다.‘원톱’의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한 24살의 혼다 게이스케는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짐바브웨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본선을 위해 골을 아꼈다”던 약속을 지켰다. 이비차 오심 전 일본 국가대표 감독은 경기 뒤 “혼다가 자기 전문이 아닌 포지션을 용기를 갖고 받아들여 멋진 골을 만들었다”고 칭찬하면서도 “신문 1면이 온통 혼다 이야기로 장식된다면 일본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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