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와도 우산은 안돼 15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파라과이전에서 관중들이 비를 맞은 이유는? 경기장에 우산은 반입금지 물품이기 때문이다. 이날 비가 쏟아지자 관중들은 일제히 경기장 지붕 아래 모여들며 진풍경을 연출했다.
피파는 15가지 반입금지 물품을 정해 두고 있는데, 주류와 마약류, 무기는 물론 우산, 오토바이 헬멧이 포함돼 있다. 흉기가 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부부젤라는 괜찮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부부젤라의 원형이 된 사슴뿔로 만든 나팔인 전통악기 ‘쿠두젤라’는 안 된다. 이 밖에도 인종차별적 구호 등이 쓰인 티셔츠나 깃발, 상업적 광고 목적의 펼침막 등도 금지다. 피파는 음료가 담긴 유리병까지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정작 경기장 안에서는 스폰서업체가 부스까지 차려 놓고 병맥주를 판다. 불티나게 잘 팔린다.
■ 거듭 난 통곡의 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의 상징이 된 ‘통곡의 벽’이 대형 월드컵 스크린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스라엘 수도인 예루살렘 서쪽에 있는 ‘통곡의 벽’은 로마에 의해 멸망한 뒤 눈물을 흘렸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유대민족의 신앙을 상징하지만, 최근에는 자살폭탄 등 팔레스타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콘크리트 장벽을 덧이어 건설하면서 또다른 갈등을 내포한 장소가 됐다. 하지만 음식점을 운영하는 요세프 하스분이 매일 밤 이 벽에 프로젝터로 월드컵 경기를 상영하기 시작하면서 갈등을 잊고 모든 사람들이 모여 응원하는 장소가 됐다.
하스분은 “벽이 매우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걸로 뭔가 긍정적인 일을 할 수 있다. 내 목표는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 고환암 딛고 국가대표 고환암의 역경을 딛고 월드컵대표팀까지 발탁된 선수가 화제다. 1995년부터 호주 국가대표로 뛴 수비수 크레이그 무어(35)는 2008년 2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그해 11월 고환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6주 만에 선수 복귀를 선언한 그는 2008~2009 시즌 호주의 퀸즐랜드, 2009~2010 시즌 그리스 카발라에서 활약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3월엔 무적 신세가 돼 은퇴가 예정됐지만 핌 베어벡 호주 감독이 대표팀에 발탁했다. 베어벡 감독은 “무어가 경험이 많고 리더십이 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무어는 “호주를 대표해 출전했다는 게 영광이다. 암 진단 때 어딘지 모르는 곳을 향하는 여행과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뛰고 있어 남다르다”고 말했다.
■ 월드컵 보면 체포·살해 내전중인 소말리아에서는 월드컵을 봐선 안 된다. 수도 모가디슈를 장악한 무장 이슬람 반군 세력이 월드컵 시청을 금지하고 이를 어긴 사람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피>(AP)는 13일(현지시각) “이슬람 무장단체가 13일 저녁 모가디슈에서 개인주택을 급습해 독일-호주 경기를 보던 축구팬들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비비시>(BBC)는 “12일 중계를 보던 2명이 무장단체 요원들에게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무장단체들은 월드컵 시청이 지하드(성전)에 전념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보고, 이슬람 원칙에 어긋나는 오락물이나 운동경기 시청을 금한 샤리아법에 따라 월드컵 시청자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현재 소말리아에서는 무장 이슬람 반군 세력이 장악하지 않은 지역에서만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다.
정유경 권오상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