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빠른발·공중볼 약점
‘양박’ 스피드로 제압 가능
역습때 수적 우위가 관건
‘양박’ 스피드로 제압 가능
역습때 수적 우위가 관건
한국-아르헨전 관전 포인트
17일 저녁 8시30분(한국시각)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한국-아르헨티나의 경기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된다. ‘언더 도그’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은 “우리의 능력을 시험하겠다”고 했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공격 위주 전술’에 감염된 아르헨티나의 호화 진용은 특별한 경계감 없이 한국전을 맞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7위 한국이 7위 아르헨티나를 꺾을 방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 아르헨 구멍은 포백 아르헨티나 중앙 수비수 왈테르 사무엘(32·인터밀란), 마르틴 데미첼리스(30·바이에른 뮌헨)는 30대 노장이어서 발이 빠르지 않고, 후반엔 체력적 약점이 있다. 12일 나이지리아전 전반 24분, 데미첼리스는 아예그베니 야쿠부(뉴캐슬)가 자신을 등지고 따낸 공을 달고 돌파해도 쫓아가질 못했다. 오른쪽 풀백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는 발빠른 치네두 오바시(호펜하임)를 앞세운 나이지리아의 역습에 뚫렸고, 공중볼의 낙하지점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했다. 후반 32분께 데미첼리스는 공을 따내려 중원까지 올라왔다가 제껴지면서 중앙 공간이 텅 비었고, 이 틈에 피터 오뎀윙기에(로코모티프 모스크바)가 위력적인 중거리슛을 날렸다. 수비진의 공격 성향이 강해 많이 치고 올라갔지만, 후반에는 체력이 달려 상대가 위험구역까지 치고 들어와도 미드필더와 공격수 등 4명은 하프라인을 넘어오지도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전에 구티에레스를 새로운 선수로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 박주영(AS모나코)과 이청용(볼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피드를 앞세워 빈 공간을 노리면 틈은 난다.
■ 역시 선제골이 중요 먼저 터뜨리는 팀이 유리한 것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12일 그리스전 쾌승을 거둔 것은 이정수(가시마)의 선제골(전반 7분)이 주효했고, 아르헨티나도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의 헤딩골(전반 6분)이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싸움이었다. 허 감독이 ‘선수비 후역습’을 구상하는 것은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골을 허용하면 팀 분위기가 떨어지는 반면 선취골은 한 골 이상의 효과가 있다. 한국은 반 박자 빠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기습슛과 전후좌우 가릴 것 없이 폭발적으로 질주하는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를 겹수비로 제어해야 한다. 한 사람이 뚫릴 경우에 대비한 2·3중의 커버 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갈고닦은 박주영의 프리킥과, 수비진이 가담한 코너킥 상황은 비장의 무기다.
■ 역습 땐 숫자 싸움 총알 같은 역습은 한국의 장점이다. 허 감독은 체력전이 될 후반에 역습 한방으로 무너뜨리는 전략을 세웠다.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가담 선수의 수가 중요하다. 16일 북한-브라질 경기에서 보듯 몇 차례 역습을 감행한 북한이 결정타를 날리지 못한 것은 이미 정비된 상태로 수적 우위를 보인 브라질 수비벽에 막혔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5월11일 소집 때부터 체력훈련과 고지대 적응을 두 축으로 선수단을 단련시켰다. 기습공격 때 미드필더뿐 아니라 측면의 수비수까지 가담했다가 돌아오는 활발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이기겠다고 나서지 않으면 당한다’는 신념으로 뭉쳤다. 과연 이변은 일어날 것인가.
한편 축구토토 매치 참가자들은 16일 오후 2시 현재 48.1%가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예상했다. 한국의 승리에는 24.1%, 무승부에는 27.8%가 투표했다.
요하네스버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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