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비슷한 유럽보다 계절 같은 남미가 더 유리
월드컵에서는 개최지가 유럽이면 유럽 국가가 우승하고, 비유럽이면 남미 국가가 우승하는 징크스가 8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1930년 우루과이 대회부터 2006년 독일 대회까지 18차례 가운데 17차례다. 딱 한 번의 예외는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한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남미 국가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이 우승한 한·일월드컵에 이어 징크스가 이어지는 듯한 분위기다. 2라운드까지 남미 5개국은 8승2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유럽은 9승8무8패로 승률이 50%를 간신히 넘는다. 맞대결에서도 남미가 2승2무로 유럽에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징크스를 넘어 기후와 시차 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8차례 가운데 개최국이 7차례나 우승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애초 시차 적응이 필요 없는 유럽 국가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같은 남반부에 위치해 여름과 겨울이 바뀌지 않은 남미 지역 선수들이 되레 더 잘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블라니와 고지대 등의 영향도 유럽보다는 남미 국가들에 좀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스포츠평론가 기영노씨는 “시차는 금세 극복할 수 있지만 계절이 바뀌는 영향은 좀더 오래간다”며 “탄력이 좋은 자블라니를 유연한 남미 선수들이 더 잘 다루는 점도 남미가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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