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경남FC 감독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우리 후배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월드컵 첫 원정 16강은 2000년 4강 신화 못지 않게 한국 축구를 세계 수준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값진 성과다.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는 전술과 경기 운영능력, 정신력이 돋보였다. 특히 상대 문전에서 빠르고 세밀한 패스에 의한 중앙 돌파는 최고였다. 미드필더 기성용과 김정우는 패스 타이밍과 패스 방향 선택이 상당히 날카로웠다.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잇따라 골을 넣은 것은 우리 팀의 큰 무기라고 본다. 그러나 중앙에서 많은 기회를 잡고도 득점을 못한 것이 아쉽다.
이정수는 최고의 수훈선수다.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으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조용형도 이정수와 호흡을 맞춰 중앙지역 수비를 잘 했다. 차두리는 강한 투혼과 날카로운 크로스가 돋보였지만 대인마크와 엔드라인 센터링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영표라는 살림꾼이 없었다면 첫 원정 16강 진출은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전반적으로 수비 조직력은 조금 부족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실점 상황을 보면, 측면 크로스 때 중앙 수비 밸런스가 무너지고 사람을 놓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 수비수 이정수와 조용형은 측면으로 끌려나가지 말고 중앙을 지키면서 수비를 구축해야 한다.
우루과이는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수비 조직력이 가장 좋은 팀이다. 특히 상대 진영에서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공을 빼앗아 빠른 패스로 득점하는 장면이 많았다. 최전방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은 요주의 인물이다. 우리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반 박자 빨리 패스 연결을 하면 우리 진영에서 강하게 압박하려는 우루과이를 뚫을 수 있을 것이다.
공격에선 박주영이 살아났기 때문에 팀 공격력이 훨씬 빠르고 날카로워질 것이다. 이청용도 박지성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문전으로 찔러주는 깊은 패스가 살아났기 때문에 박주영의 득점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16강전 역시 누가 먼저 중원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조광래 경남FC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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