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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지각·졸음 사태…“그래도 신나요”

등록 2010-06-23 19:18수정 2010-06-23 22:42

시민들 트위터로 ‘뒷이야기’
‘16강 약속’ 비키니 방송도
“오후가 되니까 슬슬 몸에 무리가 오는데요.”

서울에서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정주(29)씨는 23일 새벽 찜질방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를 본 뒤 바로 출근했다. 응원하느라 소리 지르고 1시간 남짓 지하철에서 졸며 회사에 도착한 이씨에게 점심때가 되자 ‘위기’가 찾아왔다. “점심 간단하게 먹고 들어와 보니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직원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이씨는 “어제 우리 팀이 정말 잘해줘서 피곤해도 기분이 좋다. 오늘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그럴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새벽잠을 설치며 한국의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순간을 지켜본 사람들은 이씨처럼 무거운 몸과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누리꾼들은 아침부터 새벽 응원 ‘뒷이야기’로 기쁨을 나눴다. 한 트위터 이용자(@iSonics)는 “아침회의…참석해야 할 사람들 중 3명 지각, 3명은 아직 출근 전, 1명은 소파에서 숙면중 ^^; 고작 5명이 회의 진행했으나 분위기는 아주 좋습니다. ㅎㅎㅎ. 16강의 힘!”이라고 회사의 아침 풍경을 전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응원의 여파가 찾아오지만 16강 진출로 하루를 버틴다”고 입을 모았다.

축구 대신 잠을 택했다가 새벽녘 환호성에 놀라 결국 중계방송을 보고 만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송아무개(30)씨는 “너무 피곤해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친구들까지 데려와 응원하는 언니에다 온 동네가 들썩거려 결국 축구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전아무개(54)씨도 “이른 아침에 출근해야 할 처지라서 잠을 청했는데 아파트 단지에 함성 소리가 가득해 잠을 설치다 축구를 보고야 말았다”고 했다.

연예인들의 ‘16강 약속’ 이행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올라갈 경우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방송을 하겠다”고 공언했던 방송인 최화정(46)씨는 이날 실제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방송을 했다. 가수 데프콘(33·유대준)씨도 약속대로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삭발한 사진(인증샷)을 올렸다.

콧수염으로 유명한 가수 김흥국(51)씨는 지난 5월 방송에서 “16강에 진출하면 남아공에서 콧수염을 밀고 귀국하겠다”고 했고, 방송인 홍석천(39)씨는 “머리를 기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영화배우 박진희(32)씨도 우리 팀이 16강에 진출하면 서울광장에서 티셔츠 160벌을 나눠주겠다고 공언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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