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가 23일(한국시각) 더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두번째 골을 터뜨린 박주영을 축하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더반/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반칙유도-프리킥-골 ‘공식화’…공격 연결고리
발재간 좋고 패스성공률도 높아 ‘윙백의 전형’
발재간 좋고 패스성공률도 높아 ‘윙백의 전형’
왼쪽 풀백 이영표(33·알힐랄)는 한국 대표팀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상대 압박이 심하면 선수들 입에서 나오는 게 “영표 형!”이다. 발재간이 좋아 패스를 받아주면 일단 큰 고비는 넘어간다. 반칙을 유도할 때는 여우가 따로 없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 후반 메시 전담맨으로 이영표를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량 실점으로 이 계획은 무산됐지만, 수비력과 개인능력에 대한 믿음이 드러난다. 1999년 이래 12년 동안 왼쪽 윙백의 전형을 만들어온 이영표. 정점을 넘은 노장은 아직도 가장 많이 뛰고, 공을 가장 많이 배달하고 있다.
■ 확실한 연결고리 16강행이 가려진 나이지리아와의 B조 3차전. 이영표는 10.2㎞를 뛰며 공격과 수비의 윤활유가 됐다. 선수 평균이 7.6㎞였고, 10.6㎞를 뛴 김정우(28·상무)가 “정말 힘들었다”고 했으니, 이영표의 ‘철인’ 질주가 더 돋보인다. 경기를 관리하고 지배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패스 성공률은 더 빛난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67개 중 55개를 배달해 82%의 정확도를 자랑했다.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이한 점은 오른쪽 풀백으로 두 차례 나온 차두리(프라이부르크)한테는 유일하게 단 한번의 패스도 하지 않았다.
조광래 경남 감독은 “대한민국에 그런 선수가 있는 게 자랑”이라고 한 바 있다. 늘 이영표와 대화를 나누며 조언을 듣는 허 감독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 골 장면엔 늘 ‘이 반장’ 이정수(가시마)의 그리스전 전반 7분 득점과 나이지리아전 전반 37분의 동점골은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두 차례 모두 정확하게 공을 띄워 도움주기를 기록한 기성용(셀틱)도 팬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원정 월드컵 첫 16강행의 결정타가 된 두 골의 배후에는 이영표의 영리한 반칙 유도가 있었다. 잘한 것은 잊혀지고, 실수한 것은 영원히 팬들의 기억에 남는 게 수비수의 운명이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뒤 들뜬 이영표는 “12년 동안 대표선수를 하면서 항상 비판받았는데, 오늘은 그 누구한테도 비판받고 싶지 않다”고 응어리를 토해냈다.
■ 우루과이전엔 ‘우 반장’? 허정무 감독은 26일 밤 11시 우루과이와의 16강 대결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다. 오른쪽 풀백인 차두리(프리아부르크)나 오범석(울산)에 100%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두리는 순간동작이 늦고, 오범석은 강팀을 만났을 때 서두르다 공간을 내줬다. 대안은 오른쪽 풀백도 가능한 이영표의 보직 전환이다. 공격가담 능력과 상황 판단이 빠른 김동진(울산)을 왼쪽에 놓고,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이른바 ‘좌동진-우영표’ 시스템은 가끔 대표팀 훈련에 등장한다. 이영표가 오른쪽에서도 안정적이면서, 공격적으로 팀 출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는 ‘홍 반장’처럼, 허 감독은 우루과이전 홍 반장으로 이영표를 구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반/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이영표 조별리그 세경기 활동량과 패스 전개
■ 우루과이전엔 ‘우 반장’? 허정무 감독은 26일 밤 11시 우루과이와의 16강 대결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다. 오른쪽 풀백인 차두리(프리아부르크)나 오범석(울산)에 100%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두리는 순간동작이 늦고, 오범석은 강팀을 만났을 때 서두르다 공간을 내줬다. 대안은 오른쪽 풀백도 가능한 이영표의 보직 전환이다. 공격가담 능력과 상황 판단이 빠른 김동진(울산)을 왼쪽에 놓고,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이른바 ‘좌동진-우영표’ 시스템은 가끔 대표팀 훈련에 등장한다. 이영표가 오른쪽에서도 안정적이면서, 공격적으로 팀 출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는 ‘홍 반장’처럼, 허 감독은 우루과이전 홍 반장으로 이영표를 구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반/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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