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잘 싸운 경기였다. 하지만 득점은 어렵게 하고 실점은 너무 쉽게 했다. 특히 전반 초반에 너무 일찍 첫 골을 내준 것이 경기 내내 한국팀의 발목을 잡았다. 우루과이의 특징은 공격 삼각편대와 뛰어난 수비 조직력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디에고 포를란과 투톱 루이스 수아레스-디에고 페레스 등 3명이 공격하고, 나머지 7명이 수비하는 축구를 구사한다. 역시 첫 득점에 성공한 뒤 수비 위주의 축구를 했다.
한국은 후반 들어 미드필드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측면 크로스와 중앙 돌파 등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상대를 압박했고, 기어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좋은 기회에서 득점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슛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좋았지만 축구는 과정이 아니라 골수로 말한다. 한국의 실점 상황을 보면, 수비수가 훨씬 많았는데도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첫 실점 상황에서는 뒷공간에서 수비수 2명이 수아레스를 놓쳤고, 두번째 실점 상황도 마찬가지다. 김정우와 차두리가 막고 있었지만 수아레스가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 아무도 따라가질 못했다. 안타깝게도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동국의 투입과 교체 타이밍은 적절했다. 허정무 감독이 안정환과 이승렬을 제쳐두고 이동국을 조커로 활용한 것은 높이를 겸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일대일 기회를 놓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비록 졌지만 허정무호는 강팀들을 상대로 원정 첫 16강이라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 아르헨티나전이 아쉽긴 했지만 조별리그에서 상대한 세 팀을 철저히 분석했기 때문에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좀더 많이 국외 무대에 진출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역시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도 실력을 과시했다. 큰 무대에서 뛰어 본 선수들은 자신감과 경기 운영 능력이 있다. 첫 원정 16강 달성으로 이제 축구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원정 16강에 오르기 위해선 지금부터 다시 뛰는 자세로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최진한 FC서울 2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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