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곤살로 이과인, 미로슬라프 클로제.
이, 4골 기록 득점왕 ‘꿈’…클, 통산 최다골에 -4
아르헨-독일 8강전…개인기록 향한 ‘끝장승부’
아르헨-독일 8강전…개인기록 향한 ‘끝장승부’
아버지가 선수 생활을 하던 프랑스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란 아르헨티나의 곤살로 이과인(23·레알 마드리드)은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2006년 11월, 프랑스축구협회는 2010년 월드컵을 내다보고 이과인에게 “네가 존경한다는 다비드 트레제게의 26번 대표팀 유니폼을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까지 했으나, 그는 거절했다. “아르헨티나인이란 걸 잊지마라”는 부친의 만류도 그의 결정을 거들었다.
미로슬로프 클로제(32·바이에른 뮌헨)도 폴란드 태생이지만, 그가 8살 때 축구 선수였던 독일계 이민자인 아버지가 독일로 이주하면서 ‘전차군단’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폴란드축구협회의 구애를 받았으나, “조금만 일찍 나에게 부탁했다면…”이라며 뿌리친 채 ‘순혈주의’를 파괴한 독일 대표팀으로 향했다.
스스로 선택한 대표팀에서 공격수로 우뚝 선 그들이 다음달 3일 밤 11시(한국시각)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리는 8강전에서 만난다. 이번 대회 득점 단독선두(4골)로 나선 이과인도, 전 대회 득점왕이자 역대 월드컵 최다골에 도전 중인 클로제도 팀이 8강에서 멈춘다면 개인기록 도전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탱고’를 추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발에서 시작돼 월드컵 첫 출전인 이과인의 발에서 마무리되고 있다. 이과인은 조별리그 2차전 한국전에서 이번 대회 첫 해트트릭(3골)을 기록하더니,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선 1-0으로 앞서던 전반 33분 상대 골키퍼까지 제치며 골을 넣었다. 선제골과 세번째 골을 넣은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시티)의 공격력까지 더해 아르헨티나는 후반 26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뒤늦은 추격골에 그친 멕시코를 3-1로 이겼다.
이과인은 득점에서 다비드 비야(스페인),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등 6명에게 한 골 차 추격을 당하고 있어, 득점왕에 오르려면 8강전 골과 승리가 절실하다.
클로제도 새로운 월드컵 역사에 다가가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 5골, 2006 독일월드컵 5골을 넣은 클로제는 이번 대회에서 2골을 더 보탰다. 이제 4골만 추가하면 브라질 호나우두가 가진 월드컵 개인 최다골(15골)을 넘어선다. 이럴 경우 득점왕도 유력해져, 역대 월드컵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두 대회 연속 득점왕까지 차지할 수 있다. 특히 클로제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골맛을 본 뒤 경고 누적으로 조별리그 3차전에 결장했으나, 잉글랜드와의 16강전에서 다시 골에 시동을 거는 등 골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아르헨티나와 독일은 4년 전 독일월드컵 8강전에서도 맞붙어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독일이 4-2로 이겼다. 이번 대결은 아르헨티나의 설욕과 이과인이란 새 골잡이의 질주냐, 독일 클로제의 대기록 행진이냐, 그 갈림길에 놓여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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