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일본, 감성은 파라과이 응원하는 복잡미묘한 심경 토로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으로 보는 재미 반감 호소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으로 보는 재미 반감 호소
일본과 파라과이의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을 바라보는 한국 누리꾼들의 심사는 복잡미묘했다. 일본이 파라과이를 꺾고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 한켠엔, 한국이 오르지 못한 8강 고지에 일장기가 꽂히는 것을 보고 싶진 않다는 마음도 똬리를 틀었다. 파라과이가 일본을 꺾자 주한 파라과이 대사관 홈페이지에 “일본을 이겨줘서 고맙다”는 한국인들의 감사 메시지가 쇄도하기도 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성은 일본의 승리를 바랐지만 감성은 파라과이가 이겼으면 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장전까지 이어진 수비 위주의 경기에 지루함을 토로한 이들도 많았다. 일본-파라과이 경기에서 자신의 이중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한 누리꾼은 “겉으로는 아시아팀인 일본의 승리를 바랐지만, 속으론 우리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겠다 싶어 일본이 졌으면 했다”며 “왜 중국이 우리 축구를 비난했는지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심경을 밝혔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2선 침투에 허점을 보였던 우리 대표팀보다 나은 일본의 수비 조직력에 찬사를 보내는 누리꾼들도 있었지만, 조별리그에서 덴마크를 격침시켰던 경기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일본을 혹평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오카다 매직은 포백 수비의 오버래핑을 막아 수비 공백을 줄이는 눈속임”이라며 “운좋게 수비에서 공격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성공할 경우 덴마크전과 같은 기적이 일어나지만, 최악의 경우 골이 나지 않는 지리멸렬한 경기가 된다”고 일본의 경기력을 박하게 평가했다.
뒤이어 벌어진 스페인-포르투갈의 불꽃튀는 대결과 대조적인 지루한 경기 내용 때문에 일본과 파라과이 모두 8강에 오를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스페인-포르투갈 경기까지 모두 봤다는 한 누리꾼은 “일본과 파라과이 모두 수비 위주의 팀이라 응원 여부를 떠나 경기가 전반적으로 너무 재미없었다. 공격 성향이 강한 한국이 파라과이와 붙었다면 재미있는 승부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본과 파라과이의 16강전을 ‘수면제 축구’라고 혹평하면서 비록 졌지만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빗속에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친 한국을 높게 치는 이들도 많았다.
e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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