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힘 뢰프(50) 독일 감독
뢰프 독일 감독 “다른팀 경기 보며 좋은 점 뽑아내”
속도·기술축구 완성…허정무·마르베이크도 ‘융합형’
속도·기술축구 완성…허정무·마르베이크도 ‘융합형’
품위 있고, 지적이고, 강하고, 멋있고….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요아힘 뢰프(50·사진) 독일 감독의 인상은 단연 ‘지적인 미남자’다. 하지만 그의 축구철학을 들여다보면 자존심이나 고집이 없다. 좋은 것이라면 모두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집요함이 있을 뿐이다.
미국의 <이에스피엔>(ESPN)은 7일(한국시각) ‘잉글랜드의 근성과 스페인의 재능을 혼합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뢰프의 잡식성을 다뤘다. 뢰프는 “국제경기를 보면서 그 속에 푹 빠져 많은 것을 뽑아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잉글랜드는 엄청난 템포를 자랑하고, 스페인에서는 유소년축구에서부터 물 흐르듯 하는 스타일과 기술이 돋보인다”고 했다. 공격적인 마인드의 뢰프는 이런 다른 나라들의 강점들을 혼합시켜 조별리그와 16강, 8강까지 호주와 잉글랜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4골씩을 뽑아내는 강팀을 조련해냈다.
뢰프는 독일 프로축구 프라이부르크의 전설적인 골잡이였지만,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1996년 슈투트가르트 감독으로 지도자에 입문한 그는 2004년 4살이나 어린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 밑의 코치로 들어간다. ‘참모는 명장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전술의 천재’ ‘준비의 왕’ 뢰프는 2006 독일월드컵 직후 스타 사령탑인 클린스만에게서 지휘봉을 넘겨받으며 팀 개조를 완성한다. 독일 내부에서는 역대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적이고 수비적인 독일 축구의 스타일을 바꾼 뢰프 감독은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 진출 견인, 2010 남아공월드컵 유럽예선 무패(8승2무) 등의 실적을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뢰프에 대해 “대표팀을 맡은 이후 선수들이 패스하기 전에 공을 갖고 있는 시간 단축을 위해 집요할 정도로 매달렸다”며 “결국 시간 단축으로 독일 축구의 속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대표팀 23명 가운데 8명이 23살 이하이며, 이 가운데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와 메수트 외질(베르더 브레멘)은 21살일 정도로 팀을 젊은 컬러로 변모시켰다.
한국의 허정무 감독도 융합형 지도자로 볼 수 있다. 허 감독은 2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나는 배우는 데 남들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팀 지도자였던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영향을 받았음을 말한 것이다. 선수들을 억누르기보다는 경기장에서 창조적으로 플레이하도록 유도한 것은 대표적인 일이다.
‘오렌지군단’을 월드컵 결승에 올린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네덜란드 감독도 열린 지도자다. 명선수 출신 마르코 판바스턴으로부터 2008년 지휘봉을 인계받은 뒤, 전통적인 공격축구에 수비력을 대폭 보강하면서 실점을 크게 떨어뜨렸다. “나는 아름다운 축구를 원한다. 그러나 이겨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실용을 추구하는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로이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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