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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포를란 ‘복수전’ 실패했지만…

등록 2010-07-07 23:07수정 2010-10-27 17:35

아버지, 74년 네덜란드에 패
4강전 고군분투…팬들 ‘갈채’
1-3으로 뒤진 후반 39분, 경기장에서 교체돼 걸어나오는 디에고 포를란의 어깨가 처졌다. 1974년 네덜란드를 상대로 0-2로 졌던 아버지를 위한 ‘복수전’이 실패로 끝난 것이다. 아버지 파블로 포를란은 명수비수였지만, 당시 서독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네덜란드의 전설적 축구선수였던 요니 렙에게 실점할 때 결정적 실책까지 저지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포를란은 우루과이의 대표적인 축구명문 집안이다. 할아버지인 후안 카를로스 포를란은 아르헨티나 1부 리그인 인디펜디엔테에서 활약했고, 1962년엔 대표팀 감독까지 지냈다. 하지만 어린 시절 테니스 유망주였던 디에고가 축구를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누나 때문이다. 디에고가 12살 때 누나인 알레한드라 포를란이 큰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마비됐다. 당시 은퇴한 아버지 파블로는 경제형편이 좋지 못해, 파블로와 친했던 디에고 마라도나 현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이 치료비를 내줬다. 디에고 포를란은 병상의 누나에게 “축구 스타가 돼 세계 최고의 의사들이 누나를 치료하게 하겠다”고 말했고, 이 약속을 지켰다. 17살에 할아버지가 뛰던 인디펜디엔테에 입단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비야 레알,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르기까지 유럽 최고의 공격수로 명성을 쌓았다.

36년 만의 복수전이자 40년 만에 찾아온 조국의 결승 진출 기회에 디에고 포를란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었다. 공격의 또다른 축이었던 루이스 수아레스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 조율과 세트플레이는 물론 득점까지 책임졌다. 0-1로 뒤졌던 전반 41분엔 잽싸게 방향을 바꾸며 수비를 피해 공간을 만든 뒤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월드컵 네번째 골이었다.

2002년부터 우루과이 국가대표팀에서 뛰며 27골을 넣었고, 그중 남아공에서 넣은 3골은 1970년 이래 처음으로 우루과이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다. 장애인인 누나와 함께 ‘알레한드라 포를란 재단’을 창립해 국내 교통사고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비록 경기는 네덜란드의 승리로 끝났지만, 경기장의 모든 팬들은 진정한 승자인 포를란에게 갈채를 보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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