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 네덜란드-스페인 비교
네덜란드, 2년동안 주전·전형 ‘붙박이’
스페인, 선수층 두터워 전략변화 용이
스페인, 선수층 두터워 전략변화 용이
보수안정이냐, 임기응변이냐
기초체력이 강한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2010 월드컵 결승전은 온갖 흥행요소를 다 갖췄다. 기술, 스피드, 조직력은 기본이다. 네덜란드는 2년 넘게 4-2-3-1(또는 4-5-1) 포메이션만을 고집해 벤치에 앉은 선수조차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안 보고도 안다. 스페인은 한번 잡은 공은 웬만해선 빼앗기지 않는 천부적 재능의 팀이다. 사상 첫 월드컵 트로피를 노리기에 12일 새벽 3시30분(한국시각)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펼쳐질 결승전은 총력전을 예고한다. 역대 두 팀의 본선대결은 처음이다.
■ 포지션별 대결구도 팽팽 양 팀의 핵심 포지션을 보면 거의 백중세다. 네덜란드의 공격첨병인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과 스페인 득점기계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는 한순간의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해결사다. 번개같이 측면을 파고드는 로번은 2골을 터뜨렸고, 배후 침투 전문 비야는 5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올랐다. 중원의 지휘자인 네덜란드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밀란)와 스페인의 사비(바르셀로나)도 막상막하다. 스네이더르가 창조적인 패스와 결정타(5골)를 갖췄다면, 스페인 축구사상 최고의 미드필더를 예약한 사비는 예술적인 경지로 중원 플레이를 이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네덜란드의 마르크 판보멀(바이에른 뮌헨)과 니헐 더용(맨체스터 시티)은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는 안전판이다. 이에 맞서는 스페인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와 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셀로나)는 공격가담 능력이 뛰어나다. 양쪽의 중앙 수비진용 또한 근성과 제공권 능력을 갖췄다. 네덜란드의 골키퍼 마르턴 스테켈렌뷔르흐(아약스)는 6경기에서 17차례 선방을 해냈고, 스페인의 주장이며 A매치 100회 이상 출장한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는 6경기 2실점으로 든든한 보루 구실을 했다.
■ 실속축구냐, 점유율이냐 화려한 플레이보다 실속축구로 탈바꿈한 네덜란드의 월드컵 6경기 패스 성공률은 72%로 스페인의 81%에 뒤진다. 경기당 실점도 거의 1골에 이른다. 그러나 80차례의 슈팅에서 12골을 뽑아낼 정도로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는 비율(15%)은 스페인(7%)의 두배를 넘는다. 전반보다는 후반의 득점력이 두배로 높은 것도 강점이다.
이에 맞서는 스페인은 패스의 팀이다. 6경기에서 4206개의 패스를 했고, 이 가운데 3387개를 연결시켰다.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66년 이후 월드컵에서 3000번 이상 패스를 성공한 나라는 브라질(1994년), 네덜란드(1998년)에 이어 스페인이 세번째다. 그러나 4강전 독일과의 경기 때는 패스를 통한 공간창출로 득점하기보다는 코너킥에 의한 세트피스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점유율의 우위가 결정력을 말하지는 않는다. 2골의 낮은 실점을 했지만, 모두 후반에 골을 내준 것이 눈에 띈다.
■ 감독의 지략싸움 불꽃 베르트 판마르베이크(58) 네덜란드 감독은 선배들이 1974·1978년에 놓쳤던 우승컵을 챙겨야 한다. 그는 “변화는 선수들이 서로 믿을 수 있도록 하는 팀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며 한 포메이션을 고집스레 밀고 왔다. 선발 라인업도 거의 고정이다. 이것이 강점으로 작용해 이번 대회 6승, 유럽예선 8전 전승 등 네덜란드 대표팀의 25경기 무패행진을 이끌고 있다. 만약 우승한다면 1970년 멕시코 대회 때의 브라질에 이어 예·본선 전승으로 우승하는 두번째 팀이 된다.
비센테 델보스케(60) 스페인 감독은 적확한 시점에 변화를 주는 임기응변에 성공했다. 조별리그까지만 해도 4-4-2 전형 등을 썼으나,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가 부진하자 4-2-3-1로 변화를 줬고, 공격 자원 페드로(바르셀로나)와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를 다양한 위치에서 활용하면서 전력을 극대화했다. 우승한다면 1974년 독일월드컵 때의 독일처럼 유럽축구선수권(2008년)과 월드컵을 동시에 제패하는 두번째 팀이 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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