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수비수 푸욜 ‘결승골’
평균신장 184.4㎝의 장신 전차군단의 수비벽을 뚫고 멋진 결승 헤딩골을 터뜨린 주인공의 키는 178㎝였다. 그리고 수비수였다.
월드컵 본선 데뷔골이 역사적인 골이 된 카를레스 푸욜(32·바르셀로나)은 자신의 결승골로 경기에 진 상대편 선수들을 위로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독일 선수들을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차례의 경고도 받지 않은 그의 깔끔한 경기력과 잘 어울린다.
갈기머리가 인상적인 그는 2002년 이후 3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베테랑 수비수다. 그가 처음부터 수비수는 아니었다. 카탈루냐 출신인 그는 어릴 적 고향 클럽에선 골키퍼로 축구에 데뷔했다가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공격수로 전향했다. 그리고 1995년 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에 입단할 땐 수비형 미드필더였고, 1997년 바르셀로나의 2부리그에서부터 비로소 오른쪽 수비수로 자리잡았다. 수비수로서 그의 명성은 유럽 무대에서 여러 차례 확인됐다. 2002년 유럽축구연맹(UEFA)이 선정한 최우수 오른쪽 수비수, 2005·2006·2008년엔 최우수 중앙 수비수에 뽑혔다. 2006년엔 유럽축구연맹 클럽 최고의 수비수에도 선정됐다. 그의 수비력의 팀 공헌도가 커지면서 2003~2004 시즌부터 주장 완장을 차며 팀의 중심 선수로 뛰기 시작했다.
A매치 통산 89경기에 나와 이번 세번째 득점이 결승골이 된 그의 활약에 꼭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기록이 하나 더 있다. 파라과이와의 준결승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6분을 남겨놓고 상대의 슈팅을 결정적으로 막아내 결승 진출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그의 활약은 이번 대회 스페인이 6경기에서 2실점만 했다는 점에서도 잘 확인된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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