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욜은 삼손? 8일(한국시각) 2010 남아공월드컵 독일과의 준결승전 후반 헤딩골을 성공시킨 스페인의 카를로스 푸욜(왼쪽 두번째)이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독일의 클로제(맨 오른쪽)는 허탈한 표정이다. 더반/AP 연합뉴스
스페인, 사비 중심 패싱게임…독일 ‘완전 유린’
뢰프 감독 “숨이 막힐 정도”…사상 첫 우승 도전
뢰프 감독 “숨이 막힐 정도”…사상 첫 우승 도전
스페인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일단 사비 에르난데스(30·FC바르셀로나)에게 줬다. 그러면 1m70의 중원사령관인 사비는 전후좌우 종횡무진 빠르게 움직이며 다시 공을 배급했다. 때론 짧게, 때론 적진 깊숙이. 그렇게 요리조리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자신들을 괴롭히는 ‘무적함대’의 정교한 패스에, 5경기 13골의 폭발적 공격력을 선보였던 ‘돌풍’ 독일의 존재감은 미미해 보였다. 사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와 중원에서 환상적인 듀오를 이루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6·FC바르셀로나)는 화려한 발기술로 적진을 돌파하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오른쪽 공격수로 출격한 페드로(23·FC바르셀로나)도 위협적이었다.
■ 아름다운 기술축구 스페인이 환상적인 패스 등 기술축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난적’ 독일을 꺾고 80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8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더반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4강전.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의 스페인은 요아힘 뢰프 감독의 독일을 맞아 전·후반 내내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후반 28분 터진 중앙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32·FC바르셀로나)의 헤딩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사비의 왼쪽 코너킥이 문전 중앙으로 솟구치자, 푸욜은 문전 중앙으로 파고들며 힘이 넘치는 헤딩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이로써 스페인은 12일(새벽 3시30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전날 우루과이를 3-2로 꺾은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와 우승을 다툰다. 두 팀 모두 월드컵 본선에서 한 번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없어, 어느 팀이 우승하더라도 80년째를 맞은 월드컵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게 됐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까지 무려 13차례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1950년 브라질월드컵 4위가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스페인은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2무1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독일에 대한 징크스도 말끔히 씻어냈다. 스페인은 앞서 2년 전 유로 2008 결승에서도 독일과 만나 페르난도 토레스(26·리버풀)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며 우승의 감격을 누린 바 있다. 반면 17차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3차례 우승(1954·74·90년)과 4차례 준우승에 빛나는 독일은 4년 전에 이어 다시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 승부 가른 패스 성공률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4-1,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4-0으로 격파하며 돌풍을 일으킨 ‘전차군단’ 독일이었지만, 중원이 특히 강한 스페인 앞에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경기 뒤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은 “스페인의 패싱게임이 너무 좋았다. 어떤 지역에서는 우리를 숨막히게 했다. 우리는 그들의 공을 쫓아다니느라 모든 시간을 허비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지역에서 우리는 공을 점유할 수 없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이어 “스페인이 우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인은 이날 패스가 731개로, 589개의 독일에 크게 앞섰다. 사비는 무려 92개를 성공시키며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패스 성공수도 590 대 441로 스페인이 149개나 앞서는 등 완전히 경기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 돋보인 피케의 ‘수비 제공권’ 스페인은 공격 때는 중앙 수비 푸욜을 비롯해 좌우 풀백인 호안 캅데빌라(32·비야 레알), 세르히오 라모스(24·레알 마드리드)가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등 전원 공격으로 독일을 괴롭혔다. 독일 장신 포백에 막혀 골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옥에 티였다. 5골로 득점 공동선두인 다비드 비야(29·발렌시아)는 예상과 달리 원톱으로 출전했으나 골을 넣지 못한 채 후반 36분 토레스와 교체됐다. 수비도 만점이었다. ‘거미손’ 이케르 카시야스(29·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23분 토니 크로스(레버쿠젠)의 결정적 슈팅을 막아내는 등 고비마다 선방했다. 중앙 수비 헤라르드 피케(23·FC바르셀로나)는 1m92의 큰 키를 이용해 독일의 문전 크로스를 번번이 차단하며 승리의 밑돌을 놨다. 두 팀은 이날 경고 하나 없는 페어플레이를 펼쳤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 승부 가른 패스 성공률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4-1,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4-0으로 격파하며 돌풍을 일으킨 ‘전차군단’ 독일이었지만, 중원이 특히 강한 스페인 앞에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경기 뒤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은 “스페인의 패싱게임이 너무 좋았다. 어떤 지역에서는 우리를 숨막히게 했다. 우리는 그들의 공을 쫓아다니느라 모든 시간을 허비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지역에서 우리는 공을 점유할 수 없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이어 “스페인이 우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인은 이날 패스가 731개로, 589개의 독일에 크게 앞섰다. 사비는 무려 92개를 성공시키며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패스 성공수도 590 대 441로 스페인이 149개나 앞서는 등 완전히 경기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 돋보인 피케의 ‘수비 제공권’ 스페인은 공격 때는 중앙 수비 푸욜을 비롯해 좌우 풀백인 호안 캅데빌라(32·비야 레알), 세르히오 라모스(24·레알 마드리드)가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등 전원 공격으로 독일을 괴롭혔다. 독일 장신 포백에 막혀 골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옥에 티였다. 5골로 득점 공동선두인 다비드 비야(29·발렌시아)는 예상과 달리 원톱으로 출전했으나 골을 넣지 못한 채 후반 36분 토레스와 교체됐다. 수비도 만점이었다. ‘거미손’ 이케르 카시야스(29·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23분 토니 크로스(레버쿠젠)의 결정적 슈팅을 막아내는 등 고비마다 선방했다. 중앙 수비 헤라르드 피케(23·FC바르셀로나)는 1m92의 큰 키를 이용해 독일의 문전 크로스를 번번이 차단하며 승리의 밑돌을 놨다. 두 팀은 이날 경고 하나 없는 페어플레이를 펼쳤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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