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제왕’ 오명 벗어
‘무적함대’ 스페인이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와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1-0으로 승리하며 사상 처음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2일 새벽 (한국시각)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 스페인은 조별리그 포함해 이번 대회 7경기 무패의 ‘난적’ 네덜란드를 맞아 전·후반 0-0으로 비긴 뒤, 연장 후반 11분 터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1-0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 8번째 월드컵 우승국 이로써 1950년 브라질월드컵 4위가 최고성적이었던 스페인은 13번째 월드컵 본선무대 도전 끝에 사상 첫 우승 감격을 누렸다. 1930년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무려 80년 만이다. 스페인은 브라질(5회), 이탈리아(4회), 독일(3회), 아르헨티나(2회), 우루과이(〃), 잉글랜드(1회), 프랑스(〃)에 이어 8번째로 월드컵 우승국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비유럽지역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유럽팀이 됐다. 유로 2008 제패로 유럽무대를 평정한 뒤 2년 만에 다시 세계 정상까지 정복한 쾌거다.
반면, 1974년 서독,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 2회 연속 준우승했을 뿐 월드컵에서는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네덜란드는 또 한번 ‘2위 징크스’에 울어야 했다.
■ 로번 3차례 막은 ‘거미손’ 카시야스 4강전에서 환상의 패싱게임으로 독일에 1-0 승리를 거뒀던 스페인은 이날 네덜란드를 맞아 좀처럼 경기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고전했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FC바르셀로나 이적 예정)를 원톱, 중원에 사비 에르난데스(FC바르셀로나)와 이니에스타, 페드로(FC바르셀로나)를 투입하는 등 4-2-3-1 전술로 나섰다.
하지만 사비가 중원을 두텁게 쌓은 네덜란드에 막히면서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애를 태웠다. 전반 5분 결정적 골기회를 놓친 게 아쉬웠다. 사비의 오른쪽 프리킥을 오른쪽 풀백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가 헤딩슛으로 연결시켰으나 네덜란드 골키퍼 마르턴 스테켈렌뷔르흐(아약스)의 선방에 걸리고 말았다. 비야는 문전 침투패스 때 빠르게 골문으로 파고들었으나 번번이 오프사이드 반칙에 걸렸다.
네덜란드는 사비와 이니에스타를 적절히 차단하면서 발빠른 오른쪽 공격수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을 통해 득점을 노렸으나 역시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로번이 3차례나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로번은 전반 추가시간 골키퍼와 맞서는 절호의 단독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슛은 스페인 ‘거미손’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16분에는 베슬레이 스네이더르(인터밀란)의 절묘한 패스로 다시 카시야스와 1대1로 맞섰지만, 다시 슛이 카시야스 발에 맞고 골문에서 빗나갔다. 38분에도 스페인 중앙수비 카를레스 푸욜(FC바르셀로나)의 수비를 뚫고 카시야스와 맞섰으나 또 막혔다.
■ 교체투입 파브레가스 ‘수훈’ 스페인도 기회는 많았지만 골 마무리 능력이 2% 모자랐다. 연장 전반 5분,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가 왼쪽 문전을 파고들며 단독기회를 맞았으나 슛이 아쉽게 골키퍼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나 연장 후반 4분여를 남기고 파브레가스가 아크부근에서 문전 오른쪽에 있는 이니에스타에게 공을 연결해줬고, 이니에스타가 오른발 강슛으로 골문을 가르며 승부가 결정됐다. 파브레가스는 후반 막판 사비 알론소와 교체 투입돼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에 기여하며 우승의 견인차가 됐다.
스페인의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는 연장 후반 시작과 함께 비야와 교체 투입으나 막판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이니에스타의 골을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가 문전으로 올린 공을, 네덜란드 미드필더 라파엘 판더바르트(레알 마드리드)가 잘못 걷어내 파브레가스에 갔고 결국 그의 패스 뒤 결승골이 터진 것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