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모든 선수가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다면 승부는 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축구의 전설 미셸 플라티니는 실수에 대해 선수 스스로 크게 상심하지 말라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너무도 뼈아픈 실수였다. 부상당한 몸으로 네덜란드를 결승으로 이끈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그러나 정작 결승전에서 두 차례의 결정적인 일대일 찬스를 날린 채 비운의 월드컵 스타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연장 후반 11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의 슛이 골망을 뒤흔드는 순간, 그는 허무하게 날아간 기회가 머릿속을 짓누르기라도 한 듯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와 함께 32년 만에 3번째 결승 무대를 밟은 네덜란드는 또 다시 빈손으로 내려와야 했다. 로번은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17분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밀란)의 절묘한 전진패스를 받은 그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친 뒤 골키퍼와 맞섰다. 누가 보더라도 골이나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로번의 슛은 넘어지는 상대 문지기의 발에 걸리고 말았다. 로번은 후반 37분에도 비슷한 기회를 잡았으나, 이번에도 문지기를 넘지 못하고 득점 기회를 날려 버렸다.
그는 숱한 어려움 끝에 겨우 남아공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도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출전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그를 믿고 엔트리에 합류시켰다. 로번도 이에 보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몸만들기에 매진했다. 로번은 조별예선 2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3차전부터 팀에 합류해 네덜란드 결승 진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16강 슬로바키아전 결승골과 준결승 우루과이전 쐐기골이 그의 발과 머리에서 나왔다.
그러나 우승 문턱 앞에서 두 번의 찬스를 날려버리며 화룡점정을 놓쳤다. 이로써 예선부터 본선까지 사상 첫 전승 우승 꿈도 물거품이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상심에 젖은 로번을 네덜란드 왕세자 빌렘 알렉산데르는 힘껏 끌어안았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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