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2007년 12월 초, 7년 만에 한국 축구대표팀의 ‘국내파 사령탑 시대’를 연 허정무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다른 것도 아니고 유독 ‘정신력’을 강조하고 나섰던 기억이 납니다. “대표 선수가 되려면 몸과 마음이 철저하게 유지돼야 한다.” 뭐 이런 식의 공자 말씀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는데, 아마추어도 아닌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그런 주문을 했다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조광래(56) 감독. 그는 좀 다르더군요. 아직 평가는 이르지만 그만의 독특한 색깔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7월22일 취임 공식 기자회견 뒤 협회 홍보실에서 잠깐 담화를 나눴는데, 그는 유난히 기술축구를 강조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기술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축구 선수는 체력만 좋아서도 안 되고 생각이 빨라야 한다.”이날 회견에서도 그는 이런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체력은 기본이다. 기술 있는 선수를 뽑겠다.” 그는 또 환상적 패싱게임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 우승을 일궈낸 스페인 축구를 롤모델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수비 보완과 공격력 강화를 위해 기존 포백 시스템을 과감히 버리고, 스리백을 과감하게 채택했습니다.
지난 11일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대표 선수를 선발하면서는 자신의 축구철학과 맞지 않는다며 이동국을 배제하는 등 결단성까지 보여줬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월드컵 직전 ‘팽’시켰던 ‘아시아 최종예선의 영웅’ 이근호도 재발탁했구요.
확실한 비전과 자신감, 과감성, 그리고 남다른 열정…. 조광래 감독의 요즘 발언과 행보를 보면 이런 표현이 적합할 듯합니다.
경남FC 지휘봉을 놓은 뒤 조 감독은 요즘 쉴 틈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 2-1 승리로 멋진 데뷔전을 치른 뒤, 15일 일본으로 건너가서는 J리그에서 활약중인 골잡이 이근호(감바 오사카)와 수비수 박주호(주빌로 이와타)의 몸상태와 경기력을 점검하고 18일 돌아왔습니다. 귀국하자마자 이날 저녁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란 성남 일화-제주 유나이티드의 축구협회(FA)컵 8강전까지 지켜보는 등 강행군의 연속입니다.
내년 1월 아시안컵 말고는 당장 중요한 경기가 없기에 감독으로서는 국내파와 국외파 선수 점검이 주요 일정인데, 하여튼 조 감독의 열성은 대단해 보입니다. 조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의 세계화를 진행한다는 각오로 나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축구가 세계 축구에 근접하려면 K리그뿐 아니라 대표팀 경기에서도 속도전이 필수”라고 했습니다.
덕장이기보다는 선수를 보는 눈이 좋고, 전략이 뛰어난 ‘지장’으로 알려진 조광래 감독.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그가 9월7일(서울) 이란, 10월12일 일본(장소 미정)과의 잇단 아시아 라이벌전에서 어떤 지략을 펼쳐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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