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축구·해외리그

축구협회 ‘독단과 전횡’…눈밖에 나면 “나가라”

등록 2011-12-08 20:31수정 2011-12-08 22:15

조광래 감독 전격 경질 파문
“월드컵 진출위해” 발표불구 절차무시 일방통보 도마위
재선 노린 조중연 협회장 ‘축구야당’ 부각에 초긴장
‘친 허승표’ 조 감독 해임 정몽준 전 회장 배후설도
왜?

조중연 회장과 이회택·노흥섭·김재한 부회장 등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는 조광래(57) 국가대표팀 감독 퇴진을 결정했다. 예우나 모양새는 없었다. 매몰차게 “나가!”라는 식이었다. 과연 그렇게 급박하게 대표팀 감독을 자를 이유가 있었을까. 7일 밤 일부 언론을 통해 조 감독 경질설로 분위기를 만들었고, 파장이 커지자 축구협회는 8일 기자회견에서 조 감독 퇴장을 기정사실화했다. 수순도 기가 막히다.

■ 절차 무시한 회장단의 ‘독단’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이날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과하기 위한 결정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해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11월15일 (아시아 3차 예선) 레바논전 1-2 참패 이후 5일 파주에서 회장단과 미팅을 했는데 ‘이대로는 힘들다. 최종예선 가기에 힘들지 않나’ 하는 자체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의 진퇴는 기술위원회가 결정하게 정관에 돼 있다. 취임 한달 된 황보 기술위원장은 아직 새로운 위원들로 기술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다만 비공식 모임만 한번 가졌다고 했다. 황보 위원장은 “조만간 절차를 밟을 것이다”라고 했지만 회장단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심부름꾼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 집행부의 축구 야당 견제 희생타? 조 감독은 내년 2월29일 쿠웨이트와 아시아 3차 예선 최종 6차전을 남겨뒀다. 3승1무1패(승점 10) 조 1위로 쿠웨이트와 비기기만 해도 최종예선에 간다. “월드컵 못 가면 쓰나미가 온다”(김진국 축구협회 전무)고 할 정도는 아니다.

이 때문에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조 감독이 경질 통보를 받기 몇 시간 전인 7일 한 스포츠신문에는 2009년 1월 조중연 후보와 축구협회장 경선을 벌인 허승표 전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 인터뷰가 크게 실렸다. 신문은 당시 8표 차로 조 후보를 압박했던 허승표씨가 2013년 1월에 열릴 선거에 대비해 출마 여부를 내년 중반께 결정하겠다는 발언을 실었다.

이 보도에 축구협회 수뇌부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광래 감독은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스포츠신문에 허승표 전 이사장 기사가 나와 (나한테) 폭탄이 떨어진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허승표 쪽인 조 감독을 미리 잘라내 축구 야당이 볼 반사이익을 차단하고,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새 회장 선거전에 대비하겠다는 조중연 회장의 승부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 배후설도 나온다. 조 회장 이전 1993년부터 16년 남짓 축구협회 수장직을 맡아왔던 정 명예회장은 아직도 축구협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조 회장은 중요 결정에 앞서 정 명예회장과 늘 교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명예회장은 회장 시절 축구 야당을 표방한 허승표씨와 매우 불편했다. 여기에 축구협회 한 고위인사가 조 감독 경질 사실을 먼저 <한국방송>(KBS)에 흘려 언론플레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방송 스포츠 관련 고위 국장은 조중연 회장과 매우 친밀하다.

■ 축구문화의 냄비성과 조급증 조광래 감독은 지난해 8월 부임 이후 스페인식 패싱게임으로 축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데뷔전인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 2-1 승리를 시작으로 12승6무3패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이번 아시아 3차 예선에서는 레바논과의 1차전 6-0 대승을 시작으로 3승1무 무패행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전력의 핵인 박주영, 기성용이 빠진 레바논과의 중동원정에서 1-2로 지면서 팬들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3차 예선이 끝난 것도 아니고 조광래 축구철학이 꽃을 피운 것도 아닌데, 한번 졌다고 돌변해 무차별 비판을 가한 것은 축구팬들의 냄비근성과 조급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허정무 감독도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북한과의 첫 경기에서 1-1로 비겨 경질론에 시달렸으나 결국 4승3무 무패 성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고, 사상 첫 원정 16강 쾌거를 이룬 바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