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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패배보다 더 나쁜 건 ‘패배주의’다

등록 2018-06-10 17:58수정 2018-06-10 21:12

러시아 월드컵 D-3

축구는 의외성 높은 경기라지만
신태용호 객관적 전력은 열세
16강 진출 확률 그리 높지 않아
팬들 높아진 눈높이·기대도 부담

“스웨덴전에 올인” 다짐했던 만큼
한국 특유의 ‘투혼’으로 응답한다면
승패 떠나 박수 받을 성과 얻을 것
손흥민이 9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훈련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이 9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훈련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16강이냐 아니냐, 과연 그것이 문제일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전을 위해 12일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들어간다. 팬들의 관심은 신태용호의 16강 진출 여부에 집중돼 있다. 신 감독도 16강 진출을 위해 F조 첫 스웨덴전(18일)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4팀의 조별리그에서 1~2위에 16강 티켓이 주어지기에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16강의 꿈과는 별개로 한국축구의 객관적 좌표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각 나라 축구력의 총합이 드러나는 무대다. 한국이 16강에 올라가면 경축할 일이지만, 16강에 들지 못했다고 대표팀만을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국과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비교해 보자. 독일(2위), 브라질(3위), 아르헨티나(5위), 스위스(6위), 우루과이(7위), 콜롬비아(8위), 벨기에(11위), 그리스(12위), 미국(13위), 칠레(14위), 네덜란드(15위)는 모두 16위 이내의 팀이었다. 프랑스(17위), 멕시코(20위), 알제리(22위), 코리타리카(27위), 나이지리아(44위) 다섯 나라만 16위 밖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은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 피파 랭킹 57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기적을 일궈낼 수 있는 스포츠에서 도전은 미덕이다. 또 공은 둥글고, 축구는 의외성이 높은 종목이다. 하지만 외신이나 베팅업체가 예측한 한국 16강 진출 확률은 30%를 넘지 못한다.

선수의 이적료를 산정하는 트랜스퍼마르크트(transfermarkt.com)를 보면, 월드컵 32개 출전국 선수들의 몸값 총계 순위에서 한국(8500만유로)은 23위에 올라 있다. 손흥민(5000만유로)과 황희찬(750만유로), 기성용(700만유로) 등 유럽파 3인방이 한국 대표팀 가치의 76%를 차지한다. 특히 한국 대표팀의 수비수 가운데는 100만유로를 넘는 선수가 없어 취약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톱 5’인 프랑스(10억800만유로), 스페인(10억300만유로), 브라질(9억8100만유로), 독일(8억8300만유로), 잉글랜드(8억7400만)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몸값 16위인 스위스(2억1800만유로)와의 차이도 크다. 월드컵 F조 상대인 멕시코(1억4500만유로·19위)와 스웨덴(1억1900만유로·22위)도 한국보다 총액이 많다.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한국은 당시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월드컵 첫승을 일궜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토고와의 맞대결에서 원정 첫승을 해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원정 16강 진출로 족적을 남겼다. 그 뒤부터 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지상명령이 됐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기초체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선 ‘지옥과 천당’을 왕복했다. 최종 예선 9차전 이란전 안방 경기 무승부로 위기에 몰렸고, 10차전 우즈베키스탄전 원정에서는 이란-시리아의 경기 결과를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요즘 한-일 유·청소년 축구 대결을 현장에서 지켜본 관계자들은 “힘으로는 안 된다. 개인기에 기반한 일본 축구를 점점 따라가기 힘들다”라는 말을 한다. 4년 뒤에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 때도 행운이나 경우의 수를 따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슬기 해설위원은 “한 나라 국가대표의 수준은 그나라 축구 톱리그가 결정한다. 또 프로리그는 하부리그에 기반하고, 하부리그는 유·청소년 축구의 저변에서 선수를 충원받는다. 축구팬이 우리 K리그 경기를 많이 찾아와 응원해주고, 방송도 월드컵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국내 경기 중계 편성을 많이 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은 아시아에서 가장 빛나는 행보다.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응집력으로 16강에 간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선수단이 온힘을 다해 뛰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친다면 그 노력만으로도 박수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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