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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한국 축구는 어쩌다 20년 전으로 회귀했을까

등록 2018-06-19 16:08수정 2018-06-25 15:58

[김경무 선임기자의 월드컵 파고들기]
전후반 유효슈팅 0개 ‘굴욕’
2002년 이후 첫 경기 3승1무
이번엔 힘도 못쓰고 패배

EPL 골잡이 손흥민도 96분26초간 슈팅못해
박지성 은퇴 이후 플레이메이커 부재
개인기 패싱력 부족 등 근원적 한계도
유효슈팅 0개의 ‘굴욕’.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 축구가 A매치에서 이런 낭패를 당한 적이 있었던가? 통산 10차례, 그리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축구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사상 유례없는 망신을 당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차범근호가 네덜란드한테 0-5 참패를 당했을 때의 처참함과 버금간다는 평가다.

한국 축구의 본격적인 월드컵 도전이 시작된 32년 전 1986 멕시코월드컵. 당시 김정남 감독의 한국은 첫판에서 디에고 마라도나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를 만나 우왕좌왕하며 1-3으로 졌지만 박창선이 통렬한 중거리포로 월드컵 출전 사상 첫 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후 불가리와는 1-1로 비겼고, 이탈리아를 상대로는 최순호·허정무의 골이 터지면서 2-3으로 아쉽게 졌다.

2002 한·일월드컵 때부터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번도 지지 않았다. 3승1무. 한·일월드컵 1차전에서는 황선홍·유상철의 골이 터지며 폴란드를 2-0으로 잡고 ‘월드컵 본선 첫승’을 달성했고,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이천수의 환상적인 프리킥골과 안정환의 추가골로 토고한테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이정수·박지성의 골로 그리스를 2-0으로 물리쳤다. 이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이근호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러시아와 1-1로 비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허망하게 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스완지시티)에다 황희찬(잘츠부르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까지 유럽파들이 있었지만 18일 스웨덴전에서 한국대표팀이 보여준 공격력은 팬들한테 실망감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게 했다. “이게 축구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토트넘에서 환상적인 골을 터뜨리는 손흥민은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96분26초를 뛰면서 단 한번도 슛을 하지 못했다. 그로서도 차마 말할 수 없는 치욕이 아닐 수 없다. 67분56초를 뛴 김신욱도 마찬가지. 그나마 이날 후반 두차례 구자철과 황희찬의 골대를 빗나간 헤딩슛으로 ‘수비에 막힌 슈팅’(3개)까지 합쳐 총 5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유효슈팅 4개 등 총 15개를 기록한 스웨덴의 3분의 1 수준이다.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 올인하겠다”면서 비공개 평가전 등 이런 저런 ‘트릭’을 썼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은 한참 떨어졌다.

물론 선수들은 골을 안 먹고, 골을 넣으려고 열심히 뛰었고, 신태용 감독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예상 밖의 4-3-3 전술을 들고 나오는 등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개인기나, 볼처리, 패싱 능력 등에서 스웨덴을 따라잡지 못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허정무호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룬 이후 한국 축구는 하향세다. 은퇴한 박지성처럼 빠르고 많이 뛰고 득점력까지 갖춘 걸출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부재한 것도 한 원인이다. 득점력이 뛰어난 손흥민이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것은 그에게 멋진 패스를 연결해줄 플레이메이커가 없기 때문이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이회택호가 3전 전패를 당한 이후 28년 만에 그런 전철을 되풀이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2, 3차전 상대인 멕시코와 독일은 스웨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선수들의 정신력과 투혼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개인기나 패싱력 등 기본기도 탄탄해야 하고, 축구 지능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천재적 능력을 갖춘 ‘팀 리더’가 있어야 한다. 그걸 전제로 감독의 뛰어난 작전술과 용병술이 더해져야 강한 팀이 탄생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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