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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러시아 사회 바꾸는 계기되나?

등록 2018-06-21 14:57수정 2018-06-21 23:18

[김창금의 스파시바 월드컵]
월드컵 16강 승전보에 러시아 들뜬 표정
감정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도 기쁨의 함성
월드컵 통해 좀더 자기표현 강화될 계기 가능성
지난 19일(현지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파크인라디슨 호텔의 1층 바에서 러시아 축구팬들이 2018 월드컵 A조 경기에서 러시아 선수가 이집트를 상대로 골을 터뜨리자 기뻐하고 있다.   상트페트르부르크/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지난 19일(현지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파크인라디슨 호텔의 1층 바에서 러시아 축구팬들이 2018 월드컵 A조 경기에서 러시아 선수가 이집트를 상대로 골을 터뜨리자 기뻐하고 있다. 상트페트르부르크/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와~”

19일 밤 9시(현지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파크인라디슨 호텔 1층이 들썩였다. 러시아가 A조 2차전 이집트와의 경기(3-1 승)에서 골을 터뜨릴 때마다 수백명을 수용하는 맥주 바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나온 시민들은 모처럼 월드컵의 재미에 푹 빠졌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지 놀라웠다.

이런 장면이 익숙치 않은 탓인지, 부모와 함께 온 아이는 어른들이 내지르는 함성에 귀를 막았다. 실제 국기를 들고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개의 손님들은 자리를 지키며 흐뭇하게 웃고만 있었다.

기쁘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은 다음날 풀렸다. 러시아에 나와 있는 한국의 외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무리 좋아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한국 같으면 동네 아파트에도서 골이 터지면 이곳저곳이 들썩들썩하지만 이곳에서는 아파트에서도 조용한 편”이라고 했다.

희한하게도 러시아 거리의 건물 또한 드러내는 일이 없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중심의 네프스키 구역의 풍경이 그렇다. 네바강의 지류가 도시를 가로질러 보트가 다니는 수로 근처의 카페조차 간판을 숨겨놓듯 걸어 놓았다. 외곽으로 나가면 건물이 무슨 용도인지 더 알기 힘들다. 심지어 경찰서와 관공서를 알리는 표식이 없다.

러시아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32개국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하위다. 하지만 골 폭죽과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온 나라는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경기장의 홈관중이나 바의 손님들, ‘팬 페스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한국인에게 열린 광장의 다양성과 창조적 활용법을 알려준 계기가 됐다. 러시아 월드컵도 러시아 사람들의 집단적 심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옛 소련 시절의 통제된 사회에서 스스로 억눌러온 러시아인들은 인간 감정의 뇌관을 건드리는 월드컵 축구의 폭발력 앞에 노출돼 있다.

상트페트르부르크/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화보] 2018 러시아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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