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니즈니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만난 한국학 전공자 마르타 보차르니코바. 그는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은 기자들한테도 가장 먼 월드컵 중 하나다. 대표팀을 따라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7000㎞가 넘는다. 직항편이 적어 모스크바를 경유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에서 호텔까지 12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긴 여행의 노독에 시원한 샘물처럼 웃음을 주는 러시아 사람들이 많다. 한국팀 첫 경기 장소인 니즈니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만난 마르타 보차르니코바(24)는 한국 기자들이 불편할새라 한국말로 친절한 안내를 해줬다. 연세어학당과 한국학중앙연구소에서도 공부한 그의 꿈은 한국에 돌아가 전공인 국제협력 박사가 되는 것이다.
19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공항에서 만난 한국어 자원봉사자. 그는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온지 6개월 됐다며 한국 취재진을 반갑게 맞았다.
돌아오는 니즈니 공항에서 만난 러시아 여성은 한국에서 일하다 돌아온지 6개월 됐다고 한다. 이름도 잊었지만 탑승수속 때 카메라 장비의 수하물 수속 때 어려움을 겪던 한국 사진기자들을 도와 일을 해결해줬다.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영어를 하는 자원봉사자가 많지만, 공항이나 식당에서는 러시아어만을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 한국어 지원을 받는 것은 기분이 좋다.
그의 등 뒤에 ‘나는 한국말 한다’라고 씌여 있다.
24일 스웨덴전이 열렸던 로스토프나도누 공항에서는 깜찍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저는 한국말을 할줄 압니다’는 조끼를 입은 두 학생은 모처럼 만난 한국 사람들이 반가운지 연신 미소를 지었다. 한 명은 로스토프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고, 다른 한 명은 “언니가 한국어 강사”라고 했다. 시간이 없어 이름도 물어볼 수 없었지만, 러시아 안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아 반가웠다.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공항에서 만난 깜찍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나는 한국말을 할 줄 압니다’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언어 서비스를 해줬다.
러시아에서 한국인의 자취는 1930년대 연해주에서 쫓겨난 아픔의 역사였다. 이들 고려인은 중앙아시아로, 멀리는 흑해와 연결된 아조프해의 로스토프나도누까지 추방당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장학금을 받았던 마르타는 “한국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사람들도 대개 친절하다. 다만 택시를 탈 때는 조심해야 한다. 부르는 게 값이어서 미리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미터기로 간다고 방심했다가는 조작으로 큰 낭패를 본다. ‘얀덱스’ 앱을 깔아 두면 택시를 정가에 탈 수 있다. 이런 불편만 빼면 러시아에서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만날 수 있다.
글·사진 상트페테르부르크/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