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왼쪽) 등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코치진이 28일(한국시각)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경기에 앞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카잔/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말 머릿 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큰 경기를 앞두고 여유가 있다. 강심장인 것 같다.”
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대구)는 신태용 감독이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알 수 없는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은 조현우를 1번 골키퍼로 낙점할 때도 드러났다. 조현우는 “스웨덴과 1차전 하는 당일날 미팅에서 돌아오면서 내가 출전한다는 것을 알았다. 김해운 골키퍼 코치님이 나를 많이 생각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스웨덴전 주전 골키퍼는 경험 많은 김승규(빗셀 고베)일 것이라고 예견됐지만, 신 감독은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조현우 카드는 신태용 감독 최고의 판단으로 평가를 받는다.
‘여우’ 신태용 감독은 한동안 ‘트릭’이라는 표현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레오강 전지훈련 기간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 때 김신욱(전북)을 원톱으로 기용한 뒤 “트릭이었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신 감독은 실제 선수들의 등번호를 바꾸고, 공격진에 변화를 주면서 철저하게 정보를 숨겨왔다. 연습 훈련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독일전을 앞두고도 예측하지 못한 트릭이 가동됐다. 신태용 감독은 독일전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우리보다 강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결전을 앞둔 장수로서 선수단에 기운을 끌어올려야 하는 데 너무 약한 모습을 보였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조현우는 독일전 뒤 “감독님이 독일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한국전을 생각하고, 방심하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는 내막을 소개했다. 조현우는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말을 듣고는 이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태용 감독은 5월22일 월드컵 대표팀 소집 이후 편안한 날이 없었다. 주력 수비수인 김민재(전북)와 미드필더 권창훈(디종)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이근호(울산)도 소집된 뒤 낙마했다. 수비수 김진수(전북)에 대한 기대도 재활이 더뎌지면서 무산됐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기간 평가전까지 4차례 싸움에서 1승1무2패로 부진하면서 여론의 질타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한정된 선수 자원을 요모조모 따져가며 모자이크해 최대의 출력을 끌어냈다. 장현수(도쿄)를 끝까지 믿고 기용했고, 손흥민(토트넘)의 활용을 극대화했다.
신 감독은 독일전 승리 뒤 기자회견에서 “다들 보이는 것만 가지고 결론을 짓는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일일이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속이 상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선수들과 함께 이겨 내면 무마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1%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각오”로 싸운 신 감독은 “독일전에서 이겨 기쁘지만 허무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카잔/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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