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진출에 실패해 맞대결이 무산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와 리오넬 메시가 그라운드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소치, 카잔/AP 연합뉴스
21세기 쌍벽을 이루는 두 축구스타의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의 세기의 대결이 끝내 무산됐다.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를 앞세운 아르헨티나가 16강전에서 프랑스에 져 8강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의 포르투갈도 우루과이를 맞아 경기를 지배하고도 역습에 무너진 것이다.
프랑스는 30일 오후(현지시각)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제2의 티에리 앙리’로 불리는 킬리안 음바페(20·파리 생제르맹)가 2골을 터뜨린 데 힘임어 아르헨티나를 4-3으로 눌렀다.
프랑스는 이날 음바페가 얻어낸 페널티킥 상황에서 전반 13분 앙투안 그리즈만(27·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앞서 나갔다. 그러나 공점유율에서 앞선 아르헨티나는 전반 41분 왼쪽 공격수 앙헬 디마리아(30·파리 생제르맹)가 아크 부근에서 통렬한 왼발슛으로 골문 오른쪽으로 휘어들어가는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1-1 균형을 이뤘다. 이어 후반 3분에는 추가골까지 넣으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메시가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뒤 왼발 터닝슛을 했는데, 순간 오른쪽 풀백 가브리엘 메르카도(31·세비야)가 왼발로 공의 방향을 바꿨고 공은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이후 프랑스가 연이어 골을 성공시키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12분 오른쪽 풀백인 뱅자맹 파바르(22·슈투트가르트)가 왼쪽 측면에서 넘어온 공을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왼쪽 골문을 가르면서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후반 19분 음바페가 벌칙구역 왼쪽에서 공을 잡은 뒤 왼쪽으로 치고들어가다 폭발적인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3-2로 승부를 뒤집었다. 음바페는 후반 23분에는 올리비에 지루(32·첼시)의 패스를 받아 문전 오른쪽에서 강한 오른발슛으로 골문을 가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공세를 펼친 아르헨티나는 후반 추가시간 3분 메시의 크로스를 받은 세르지오 아궤로(30·맨체스터 시티)가 헤딩슛으로 골을 넣었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공점유율에서는 59% 앞섰으나 프랑스의 역습에 잇따라 뚫리며 무너졌다.
1998년 12월20일생으로 아직 만 20살도 채 안 된 음바페는 1958년 스웨덴월드컵 때의 펠레(브라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2골 이상 넣은 10대 선수로 기록됐다. 경기 뒤 음바페는 “매우 행복하다. 펠레를 이은 두번째 선수가 돼서 자랑스럽다. 펠레는 급이 다르지만, 그런 사람들 속에 끼어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늘 해오던 말인데, 월드컵은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무대이므로 나의 능력을 펼칠 기회다. 월드컵보다 좋은 무대는 없다”고 말했다. C조 1위(2승1무)로 16강에 오른 프랑스는 이날 D조 2위(1승1무1패) 아르헨티나를 맞아 공점유율에서는 밀렸으나 후반 역습으로 짜릿한 승리를 일궈냈다.
메시는 이날 도움 2개를 기록했지만 프랑스의 수비 벽에 막혀 골을 넣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메시는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1골 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이번 대회 보따리를 싸게 됐다. 메시는 당대 최고의 축구스타 중 한명이면서도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지 못하게 됐다. 이번이 4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였다.
이어 이날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는 우루과이가 에딘손 카바니(31·파리 생제르맹)의 2골 활약으로 호날두의 득점포가 침묵한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8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우루과이는 6일 밤 11시(한국시각)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8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우루과이는 이날 전반 7분 만에 루이스 수아레스(31·FC바르셀로나)의 왼쪽 크로스 때 카바니가 빠르게 문전으로 파고들며 헤딩슛으로 골을 성공시키며 앞서 나갔다. 이어 카바니는 후반 17분에는 역습 때 벌칙구역 왼쪽으로 질주하면서 반대편에서 찔러준 공을 강한 오른발 인사이드 감아차기 슛으로 골망 오른쪽을 흔들었다. 포르투갈은 후반 10분 중앙수비수 페페(35·베식타슈)가 헤딩골을 터뜨려 1-1 동점을 만든 이후 경기를 지배하며 우루과이를 몰아붙였으나 결국 패하고 말았다. 조별리그에서 4골을 넣었던 호날두는 이날 디에고 고딘(32·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지휘하는 우루과이 수비진에 묶여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6차례 슈팅을 했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화보] 패배에도 빛난 호날두의 스포츠맨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