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일 오전(한국시각)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1-2로 진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소치/EPA 연합뉴스
마치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연상시키는 듯한, 포르투갈식 패싱게임(패스축구). 무늬만 좋았지 실속은 없었다. 우루과이 진영에서 뛰어난 개인기와 패싱력으로 전후좌우 공을 돌리고 또 돌리며 골문을 노렸다. 공점유율 61%에서 보듯 경기도 지배했다. 슈팅 시도도 20-6(유효슈팅 5-3)으로 절대 우위. 패스도 602개로 우루과이(273개)를 크게 압도했다. 하지만 주득점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의 발이 상대 수비의 집중견제에 꽁꽁 묶인 사이, 결정타 한방을 날려줄 해결사가 없었다. 중앙수비수 페페(35·베식타슈)의 후반 10분 헤딩골이 아니었으면 0패를 당했을 지도 모른다.
1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16강전은, 골결정력 없는 패싱게임의 허와 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리고 견고한 수비 뒤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전략의 효율성을 보여준 경우다.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B조에서 4골을 터뜨린 호날두의 군계일학 활약으로 1승2무(5골, 4실점)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16강전도 호날두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호날두는 클럽팀 경기 때 ‘마드리드 더비’에서 자주 만난 우루과이의 중앙수비수 디에고 고딘(32·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주도하는 우루과이 수비 벽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전반 3개, 후반 3개의 슛을 날렸으나 대부분 벽에 막히거나 빗나갔다. 자신의 주특기인 헤딩슛은 한번도 터뜨리지 못했다. 한차례 결정적인 프리킥 기회도 벽에 걸렸다.
우루과이의 에딘슨 카바니(21번)이 전반 7분 헤딩선제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소치/EPA 연합뉴스
에딘슨 카바니가 후반 17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소치/EPA 연합뉴스
거친 몸싸움을 벌이는 루이스 수아레스(31·FC바르셀로나)와 에딘손 카바니(31·파리 생제르맹)를 투톱으로 내세운 우루과이는 조별리그 3경기 무실점(5골)을 기록한 ‘베스트 수비팀’ 다웠다. 줄기차게 파고들어오는 포르투갈의 공격을 벌칙구역 안에서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면서, 전반 7분 역습 때 수아레스의 왼쪽 크로스를 베테랑 골잡이 카바니가 감각적인 헤딩골로 연결시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후반 10분 동점골을 허용한 뒤에는 7분 만에 역습 때 문전 왼쪽으로 파고드는 카바니한테 공이 연결됐고, 카바니는 절호의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른발 인사이드 감아차기로 오른쪽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그의 슛은 골결정력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경기 뒤 국제축구연맹은 경기 분석을 통해 “우루과이는 (자기 진영에) 눌러 앉아 포르투갈의 압박을 흡수했다. 유로 2016 챔피언인 포르투갈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숨을 헉헉거렸지만 우루과이의 집을 붕괴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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