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수들(앞쪽 흰색 유니폼)이 2일 오전(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스페인과 연장까지 120분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승리를 거두고 48년 만에 8강에 오르는 순간 포효하며 달려가고 있다. 스페인 선수들의 좌절하는 표정과 대조적이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개최국 러시아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따돌리는 이변을 일으키며 48년 만에 월드컵 8강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 러시아는 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16강전 스페인(랭킹 10위)과의 경기에서 전·후반과 연장까지 120분 동안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이로써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70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48년 만에 월드컵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러시아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12개 팀이 겨루는 2차 리그까지 올랐으나 2차 리그 3개팀씩 4개 조 1위가 벌이는 4강 토너먼트에는 들지 못했다. 다만 2차 리그 A조에서 폴란드에 이어 2위(1승1무)를 차지해 다른 조 2위보다 승점이 높아 최종 순위는 5위였다.
선제골은 스페인의 몫이었다. 전반 11분 오른쪽 측면 프리킥 상황에서 마르코 아센시오가 올려준 공이 문전에서 러시아 수비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의 발에 맞고 들어가는 자책골이 됐다. 1979년생으로 만 39살인 이그나셰비치는 스페인 세르히오 라모스와 함께 넘어지다가 공이 뒷발에 맞고 러시아 골문 안을 향하는 바람에 불운의 주인공이 됐다.
러시아는 전반 41분 행운의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아르튬 주바가 헤딩하는 순간 공이 스페인 제라르 피케의 팔에 맞으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 페널티킥을 주바가 직접 차 넣으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스페인은 후반에도 경기 주도권을 잡고 줄기차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러시아의 그물 수비를 뚫지 못했고, 승부는 이번 대회 첫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승부차기에서 두 팀은 2-2까지 맞섰지만 먼저 선축을 한 스페인의 세번째 키커 코케가 러시아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의 선방에 막히면서 패배의 기운이 감돌았다. 아킨페예프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면서 코케의 오른발 슛을 정확히 막아냈다. 반면 러시아는 네 번째 키커까지 모두 골을 성공했고, 스페인은 5번째 키커로 나선 이아고 아스파스의 슛이 골키퍼 아킨페예프의 발에 걸리면서 고개를 떨궜다.
스페인은 이날 경기에서 슈팅 수 15-4, 유효 슈팅 9-1, 공격 점유율 74%-26% 등 모든 면에서 러시아를 압도하고도 끝내 두 번째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이번 대회 출전국 가운데 피파 랭킹이 가장 낮은 러시아는 8일 크로아티아와 준준결승을 치른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러시아 1(1-1 0-0 <연장> 0-0 0-0 <승부차기> 4-3)1 스페인
△득점=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전12분·자책골) 아르튬 주바(전42분·PK·이상 러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