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경기 51골, 역대 프랑스 대표팀 최다골 기록이다. A매치 출장 횟수도 역대 2위다. 그가 조국의 패배를 바라야 한다니…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전설’ 티에리 앙리(41) 벨기에 축구대표팀 수석코치가 11일 새벽 3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4강 벨기에-프랑스전에서 고약한 상황에 빠졌다. 현업에 충실해야 하는 벨기에 코치 입장에서는 당연히 벨기에의 승리를 원하지만, 그가 대표했던 프랑스의 패배를 바라야 하는 점이 난처한 것은 사실이다.
직업 정신으로 치면 앙리가 벨기에의 승리를 확신하고, 팀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 프로페셔널이다. 앙리는 스페인 출신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 벨기에 대표팀에 부임한 2016년 수석코치로 영입돼 공격축구를 완성하는 데 일조했다. 외신은 “마르티네스 감독이 앙리에게 자주 물어본다. 앙리는 전술 계획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선수들의 공격 감각은 앙리가 코치로 부임하면서 더 예리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앙리는 벨기에가 러시아월드컵 8강전에서 브라질을 2-1로 꺾었을 때도 화제가 됐다. 앙리가 브라질에 유독 강했던 사실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앙리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프랑스가 브라질을 누르고 우승할 때 대표팀 선수였고, 2006년 독일월드컵 8강 브라질전에서는 1-0 결승골을 터뜨렸다.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조국 프랑스를 상대로 벨기에 선수들의 득점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코치의 역할을 맡았다. 프랑스 축구를 잘 알고 있기에 프랑스 격파를 위한 온갖 지혜를 짜내야 한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3골을 터뜨리며 우승에 기여했고, 2000년 유로선수권 우승도 이끈 그가 조국의 두번째 월드컵 우승 도전을 막아서야 하는 기묘한 처지다.
9살 연상이지만 프랑스 대표팀과 유벤투스에서 선수생활을 함께했던 디디에 데샹 프랑스 축구대표팀 감독은 “그가 벨기에 벤치에 앉아 있다는 것은 기괴한 일이고, 앙리도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첼시)는 “앙리는 프랑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쩔 수 없다. 벨기에전에서 이겨 앙리가 편을 잘못 골랐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아스널 시절 앙리의 스승이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은 “문제 될 것이 없다. 앙리에게는 부담 없이 코치 역할에 대해 배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앙리는 프랑스를 일부러 배격한 것이 아니다. 앙리는 선수 은퇴 뒤 프랑스축구협회로부터 코치직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 노엘 르 그라에트 프랑스축구협회 회장은 외신에서 “우리는 앙리와 접촉이 끊겼다. 그것이 인생이다. 앙리는 잉글랜드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 개인적으로 나도 그와 연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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