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뮈엘 움티티(왼쪽)가 11일 오전(한국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4강전에서 후반 6분 헤딩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펜타프레스 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결승전에서 ‘중원의 사령관’ 지네딘 지단이 지휘하는 프랑스는 호나우두를 앞세운 브라질을 3-0으로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단은 홀로 2골을 폭발시키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대회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의 영예는 호나우두, 골든부트(득점왕)는 다보르 수케르(6골·크로아티아)한테 돌아갔지만 ‘레블뢰’(Les Bleus) 프랑스가 구사하는 축구는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서 ‘아트 사커’라고 추앙받았다. 이후 프랑스는 2006년 독일월드컵 때 다시 힘을 내 결승까지 올랐지만 이탈리아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년 전 주장이자 미드필더로 프랑스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디디에 데샹(50) 감독. 그가 레블뢰를 역대 3번째 결승에 올려놓으며 새로운 쾌거를 눈앞에 뒀다. 프랑스(FIFA랭킹 7위)는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3위)와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4강전에서 후반 6분 앙투안 그리에즈만(27·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오른쪽 코너킥을 중앙수비수 사뮈엘 움티티(25·FC바르셀로나)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헤딩 결승골로 연결시키며 1-0으로 이겼다.
프랑스는 크로아티아-잉글랜드 4강전 승자와 15일 밤 12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대망의 결승전을 벌인다. 역대 두번째 우승 도전이다. 우승하면 데샹 감독은 프란츠 베켄바우어(독일), 마리우 자갈루(브라질)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선수와 사령탑으로 모두 월드컵 정상에 오른 이가 된다.
프랑스는 이날 1m93 장신 올리비에 지루(32·첼시)를 원톱, 블레즈 마튀드(31·유벤투스)-그리에즈만-킬리안 음바페(20·파리 생제르맹)를 공격 2선에 배치하는 등 4-2-3-1 포메이션으로, 에덴 아자르(27·첼시) 등 ‘황금세대’로 구성된 벨기에와 맞섰다. 공점유율에서는 40%로 벨기에한테 밀렸지만,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으로 슈팅 시도에서는 19-9(유효슈팅 5-3)로 훨씬 앞섰다. 지루가 13차례 슛을 날리고도 이번에도 한골도 못 넣어 애를 태워야 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오른쪽 앞·10번)가 11일 오전(한국시각) 벨기에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4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시간을 끌다가 주심한테서 경고를 받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타스 연합뉴스
그리에즈만, 음바페의 공격이 위력적이었지만 오히려 라파엘 바란(25·레알 마드리드)과 움티티 등 2명의 중앙수비수가 벨기에 골잡이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옴싹달싹 못하게 만든 게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루카쿠는 공터치가 22회에 그쳤고 후반에만 고작 1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쐐기골을 넣은 벨기에의 케빈 더브라위너(27·맨체스터 시티)도 후반 슈팅 2개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만큼 프랑스 수비 빗장은 열리지 않았다.
프랑스는 4강전까지 10골을 넣었는데, 공격수인 그리에즈만과 음바페가 각각 3골씩 넣으며 제몫을 톡톡히 했다. 수비수들은 고비 때마다 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발판이 됐다. 바란은 우루과이와의 8강전에서 그리에즈만의 프리킥 때 헤딩 선제골을 넣으며 2-0 승리에 기여했고, 오른쪽 풀백 뱅자맹 파바르(22·슈투트가르트)는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 때 1-2로 뒤진 상황에서 그림같은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문을 가르며 4-3 역전 드라마의 기폭제가 됐다.
스페인 출신 로베르토 마르티네스(45) 감독이 지휘하는 벨기에는 3-5-2 포메이션으로 5전 전승으로 승승장구했으나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2016년 9월 이후 이어온 A매치 무패행진도 24경기에서 멈췄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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