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개막전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골을 넣은 전북 현대 이동국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북 1-0 승리. 연합뉴스
“설마 방금 해설자가 ‘41살’이라고 한 거야?”
K리그가 개막한 8일, 전북과 수원의 개막전을 지켜보던 한 해외 팬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렇게 물었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이동국(41)을 보며 해외 팬들은 41살 노장이 여전히 현역으로 뛴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가 22년 전 프랑스월드컵에서 뛰었고, 13년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했다는 사실도 화제가 됐다. 이날 개막전은 국내외 누적 시청자 수가 300만명을 넘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프리미어리그 등이 빠진 빈자리를 K리그가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상주 상무의 K리그1 1라운드 경기에서 K리그 복귀전을 치른 이청용. 울산의 4-0 승. 한국프로축구연맹
각 팀은 이런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9일 울산은 상주에게 4골을 몰아넣으며 화려한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시즌 시작 전부터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혔던 이청용(32)은 빠른 속도와 급이 다른 패스로 맹활약했다. 교체 명단마저 이름값 있는 ‘다 아는 사람들’로 채운 울산의 화려한 선수진은 팬들의 기대를 한층 높였다. ‘올해 우승은 정말 울산 아니냐’는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비록 패했지만, 머리를 빡빡 밀고 교체 때 거수경례를 하는 상주 선수들의 모습도 해외 팬들에겐 이색적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리트윗한 조재완의 역전골 장면. 트위터 갈무리
10일 강원FC는 FC서울과의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중 후반 들어 3골을 몰아치며 시원한 역전승을 거뒀다. “먹으면 더 넣는다”는 김병수 감독의 철학이 빛난 순간이었다.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병수볼’은 더욱 빨라진 공수전환으로 한층 강해졌다. 경기를 뒤집은 조재완(25)의 화려한 ‘터닝 힐킥’은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트위터가 리트윗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프로축구연맹이 공식 유튜브에 올린 재미있는 영상. 유튜브 갈무리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적극적으로 K리그 홍보에 나섰다. 연맹은 지난 시즌 K리그에서 있었던 이색 장면을 모아 영상을 제작했다. 자칫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의 실수 장면도 있었지만 연맹 뉴미디어팀의 센스있는 편집과 자막 덕분에 재밌는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그간 프리미어리그는 경기 중 실수나 해프닝도 ‘주말 예능’으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유독 K리그에서는 리그나 선수가 비난받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팬들은 이젠 그런 모습조차 ‘즐길 거리’로 여기는 모양새다.
‘가치가 달라진’ K리그는 16일 오후 2시 상주과 강원의 경기로 2라운드의 막을 연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