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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경기에 웬 함성? ‘코로나19 시대’ 실감 음향효과 눈길

등록 2020-05-18 12:39수정 2020-05-19 02:38

[K리그 비하인드]
포항 시작으로 수원 등 각 구단 음향효과 사용
무관중 경기지만 유관중 경기 같은 느낌으로 호평
구단·연맹은 팬 의견 적극 청취하며 ‘삼박자’ 맞춰
무관중 시대 ‘한국형’ 스피커 활용 표준 될까?
1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0 K리그1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포항 팔로세비치가 선제 득점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무관중으로 열린 이날 경기에서 대구는 음향효과를 사용해 경기를 꾸몄다. 경기 결과는 1-1.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0 K리그1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포항 팔로세비치가 선제 득점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무관중으로 열린 이날 경기에서 대구는 음향효과를 사용해 경기를 꾸몄다. 경기 결과는 1-1.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무관중으로 개막한 K리그의 음향효과 뒤에는 코로나19에 맞선 팬, 구단, 연맹의 노력이 있었다.

지난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 부산의 경기는 무관중임에도 마치 유관중 같았다. 포항 구단이 준비한 음향효과 덕분이다. 영국 <비비시>(BBC)는 “응원 소리 녹음 파일 재생이 인상적”이라고 호평했다. 지난 주말 재개한 독일 분데스리가도 중계에 음향효과를 추가하면서 한국형 방식은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어 16~17일 대구와 수원은 90분 내내 환호와 탄식 등 관중의 함성으로 운동장을 덮어 분위기를 살렸다. 포항에서 시작된 음향효과가 K리그 전반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특히 수원 삼성은 선수들의 연습 경기 때 스피커로 함성을 틀어준 뒤, 음량의 크기뿐 아니라 프리킥, 코너킥, 골, 상대 반칙 등 각 상황에 맞도록 효과음을 배치했다.

코로나19 시대 무관중 상황에서 ‘가상현실’의 효과음을 도입한 데는 축구팬의 열정이 있었다.

30대 직장인 오민우(가명)씨가 주인공. 그는 “축구 게임을 하더라도 관중 효과가 없으면 허전하다. 바르셀로나의 경기라도 무관중 상황에서는 긴장감이 없다”라며 “해법을 고민하다가 축구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몇 가지 효과음을 패턴화해 상황에 따라 연출하는 게임 음향 시스템을 도입해, 지난 리그 경기를 돌려보면서 디제잉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에 소리를 입혔다. 만든 영상은 다른 팬들과 공유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제법 실감 나는 음향효과가 만들어졌다.

오씨가 사용한 디제잉 프로그램. 놀람, 탄식, 수원 삼성 응원가 ‘우리에겐 승리뿐이다’ 등 8가지 음향효과를 사용했다. 유튜브 갈무리
오씨가 사용한 디제잉 프로그램. 놀람, 탄식, 수원 삼성 응원가 ‘우리에겐 승리뿐이다’ 등 8가지 음향효과를 사용했다. 유튜브 갈무리

평소 축구 커뮤니티에 K리그 발전에 대한 글을 써왔던 오씨는 이번에는 “글만 쓰고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음향효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접 K리그1 각 구단에 전화 등으로 연락을 돌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도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각 구단은 오씨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실제 적용을 고려하겠다며 화답했다. 오씨는 “대부분의 구단이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연맹은 아이디어를 각 구단에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구단과 일일이 소통하기 어려웠던 오씨에겐 반가운 일. 팬이 아이디어를 내고, 구단과 연맹은 경청·소통하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 경기. 관중석에 마스코트 아길레온과 팬들이 보내온 걸개의 모습이 보인다. 수원은 이날 다양한 음향 효과로 경기장을 꾸몄는데, 오씨는 “수원이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 경기. 관중석에 마스코트 아길레온과 팬들이 보내온 걸개의 모습이 보인다. 수원은 이날 다양한 음향 효과로 경기장을 꾸몄는데, 오씨는 “수원이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안산이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K리그2 수원FC와의 홈 경기에서 관중석 한쪽을 어린이 팬들의 자화상이 담긴 ‘그림 서포터즈’로 채웠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안산이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K리그2 수원FC와의 홈 경기에서 관중석 한쪽을 어린이 팬들의 자화상이 담긴 ‘그림 서포터즈’로 채웠다. 연합뉴스

오씨는 “이번에 구단, 연맹과 연락하며 무언가 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실제 K리그는 최근 무관중 경기의 한계를 음향효과는 물론 팬들이 보내온 걸개·어린이 자화상 활용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극복하고 있다.

위기 때 더 강해지는 K리그1은 22일 저녁 7시30분 포항과 FC서울 간 경기로 3라운드를 시작한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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