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나카 아오가 1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스페인과 대결에서 역전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도하/EPA 연합뉴스
‘사무라이 블루’가 도하를 뒤덮었다. 독일에 이어 스페인마저 잡아낸 일본이 ‘죽음의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1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스페인과 대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 독일을 무너뜨렸던 장소에서 스페인까지 격파한 일본은 2승1패(승점 6점)를 기록, E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6곳 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은 두 번째 16강 진출국이다.
독일전의 ‘데자뷔’였다. 세대 교체와 신구 조화로 전성기 ‘무적함대’의 위용을 되찾았다는 평을 듣는 스페인이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11분 세사르 아스필립쿠에타(첼시)가 뒤에서 핀포인트로 띄운 크로스를 알바로 모라타(아틀레티코)가 펄쩍 뛰어 머리로 내려찍으며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유효슈팅 네 개에서 3골을 뽑아낸 모라타는 이번 대회 득점왕 레이스 대열에 합류했다.
전반전을 점유율 78-14로 압도했던 스페인이 무너진 건 한순간이었다. 후반 3분 일사불란한 전방 압박으로 스페인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공을 따낸 뒤 교체 투입된 도안 리쓰(프라이부르크)가 벼락 같은 왼발 중거리포를 때려내며 동점골을 쐈다. 이후 2분 만에 다시 도안의 측면 슈팅에서 시작된 공을 역시 교체로 들어온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가 골라인에서 건져냈고 이를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가 골대 안에 욱여넣었다.
다나카 아오의 역전골이 나온 뒤 일본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독일전처럼 교체카드를 활용해 단숨에 분위기를 뒤집어내며 역전까지 일궈낸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의
절묘한 용병술이었다. 한순간 에너지 수준을 급격하게 올리며 판세를 뒤흔드는 압박과 속공이 일품이었다.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은 부랴부랴 페란 토레스, 안수 파티(이상 바르셀로나), 마르코 아센시오(레알 마드리드) 등을 투입하며 출력을 높였지만 일본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로써 일본은 4년 전 러시아 대회에 이어 2연속, 2002 한·일월드컵 이후 네 번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회 우승호보로 꼽혔던 스페인은 동시간 독일-코스타리카 경기에서 한때 코스타리카가 역전에 성공하면서 탈락 위기에 몰리는 등 체면을 구겼다. 스페인은 결국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4-2로 꺾으면서 1승1무1패에 골 득실에서 독일을 5점 앞서 2위로 16강 막차를 탔다.
일본은 한국시각으로 5일 F조 2위 크로아티아와, 스페인은 6일 F조 1위 모로코와 16강전을 치른다.
도하/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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